[주재우의 프리즘]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 단추 끼우기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긴 권력 공백기가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으로 마무리됐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산적한 외교 현안을 현명하게 풀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부과 위협, 워싱턴 정가의 주한미군 감축설, 대만 위기 시 한국의 입장 표명 요구 등이 겹치며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우리의 서해에 예상치 못한 구조물을 설치하며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려 한다. 새 정부는 외교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꿰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와 앞으로 3년 반 이상, 시진핑 주석과는 2027년까지(4연임시 임기 말까지) 외교적으로 마주쳐야 한다. 우리의 초기 외교 방향 설정이 향후 5년 한중·한미 관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만의 분명한 외교 의제를 발굴하고 입장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 준비 없이 조급하게 외교에 임하면 상대의 흐름에 끌려다닐 위험이 크다. 실용외교를 관철하려면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우리의 목표와 협상 카드를 뚜렷이 세워야 한다. 실용외교를 관철하기 위해선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 실용외교는 국가 간의 중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와 잘 지내려는 균형외교도 아니다. 대신 철저하게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이를 수호하고,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외교다.

미국과의 주요 이슈는 추가 관세,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미동맹 조정, 대만 유사시 개입 여부 등이다. 중국과는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시진핑의 APEC 정상회의 참석, 그리고 고조되는 반중 정서 등이 외교 현안이다.

해결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의 입장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입장 정립이 목표를, 목표가 국익을, 국익이 곧 우리만의 의제를 만들어준다. 각 의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협상과 딜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의제는 협상 카드이므로, 이를 통해 유리한 협상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미 관세정책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의 해답은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이 추진한 ‘미국 우선주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핵심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전제된다. 과거와 달리 미국은 취약한 제조업 기반의 회복을 통해 글로벌 리더의 역량과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다. 미국은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국산 재료와 원료 없이 마스크 한 장, 백신과 치료제를 제대로 생산 못하는 현실을 절감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은 탄약과 탄알을 포함한 무기는 고사하고 군수물자마저 보급할 수 없는 취약점을 깨달았다. 미국 제조업의 기반이 취약해진 방증이다. 따라서 미국의 자강론은 세계 비중에서 24%에 불과한 미국의 국민총생산(GDP) 수준을 과거의 42%로, GDP의 10%에 불과한 제조업의 비중을 25%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미국이 자유 국제질서를 포기하겠다는 선언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의 수정과 개혁을 추구하는 중국이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흔들기 위해 관세에서부터 기술이전과 미국 시장 진입 장벽 등 비관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에 장기간 의존한 우방이 미국의 노력에 동참할 것을 호소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우방을 회유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치적인 동기와 목적으로 취하는 통상정책은 현실 경제에 역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가령, 2022년 중간 선거의 이유로 IRA법과 반도체 법안을 채택했으나 반년도 안 되어 부칙 마련이 불가피했었다. 지난 4월에 트럼프가 발표한 대부분의 추가관세 부과가 유예된 사례에서도 이런 폐단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추가관세 조치에 조급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목적과 동기가 우리의 무역 흑자를 줄이는 데 있다. 일본, 독일 등 다른 우방과 같이 우리는 1970년부터 미국에 만성 흑자국이다. 작년 우리의 흑자는 55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또한 지난 5년 간 우리의 흑자 증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은 이의 해결을 위해 우리를 주한미군 축소와 한미동맹 분담금 인상 등의 방법으로 압박 중이다. 어떻게든 우리의 부담 증가를 통해 무역 적자를 만회하려 한다. 그러나 한미 간의 교역이 한미 FTA의 범주 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의 개정 외에 미국에게는 묘수가 없다.

그래서 트럼프 2기는 우리의 안보를 카드로 삼아 무역 협상을 압박하려 한다. 그런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이 중국 견제와 억지를 전략 목표로 삼는 한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가 대 중국 견제로 설정되면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이 놓칠 수 없는 수준으로 변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핵심 목표는 중국이 넘보는 태평양의 수호다. 이를 위해 1950년대에 설정한 제1도련선, 즉 미국의 최전선 방어선을 보호해야 한다. 1982년 중국은 이를 최후 방어선으로 획정했다.

대만 유사 시 포함한 태평양 수호를 위해 이 선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은 불가피하다. 태평양의 수호는 대만과 대한민국의 수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미국의 최전선 방어선에서 이들이 제외된 상황에서 미국은 이들의 방어를 위해서는 중국의 최후 방어선을 뚫어야 한다. 중국과의 전쟁이 어려워지는 이유다. 그러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영토에 존재하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미국은 이미 중국의 최후 방어선 내부의 핵심 중심 지역에 포진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중국에 치명적 전략 우위를 선점한 미국에게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은 독이 된다. 미국의 막대한 전력 손실은 물론 중국의 최후 방어선 내에서 중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요충지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은 결국 미국이 태평양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한미군·방위금 인상·추가관세 문제에서 우리도 원칙을 세워 강하게 대응하면 된다.

중국과의 최대 현안은 서해 영토 주권 문제다.  한중 EEZ 미획정으로 공동관리 수역(PMZ)을 설정해 운영 중임에도, 중국은 불법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는 한중어업협정 위반이다. 중국의 의도와 목적은 하나다. 우리 서해를 거머쥐기 위해서다. 중국의 목표는 이미 1980년대 발표한 중국의 해양전략개념에 명시되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실천 중이다. 그리고 권력 공백이 일어나 오늘날 중국은 더 공세적으로, 더 격하게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우리는 유사한 구조물 설치로 이른바 ‘비례적 대응’ 방식으로 응대하려 한다. 이 경우 우리는 자칫 중국의 수에 말려들 수 있다. 중국이 이미 국제법상의 자제의 의무를 먼저 위반했는데 우리마저도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법원에서 이런 행각을 쌍방과실로 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어도와 같이 우리가 과학기지를 설치하면 이는 인적교류가 초래하기 때문에 인공섬을 뜻한다. 중국이 군사기지를 설치할 수 있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중국이 원하는 바다.

중국의 목표 전략에는 우리의 헌법을 이용한 법률전이 가미되었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의 모든 영토와 도서로 정의한다. 중국은 1962년에 동경 124도를 기준으로 북한과 해상경계선을 획정했다. 우리 헌법에 근거하여 중국은 이남으로의 이의 연장선을 기준해 해상경계선을 획정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서해에서 우리의 주권 수역은 30%로 축소되면서 손해가 크다. 50%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동경 123도를 기준선으로 하는 분명하 입징을 견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외교 당국은 하반기에 개최 예정인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의 참석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나 우리는 시 주석의 참석 여부를 과도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눈치 보기 외교로 일관하는 순간 신정부의 대중 외교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어질 것이다.  오히려 주권·영토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 입장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론화될 수도 있으며, 협상 구조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중정서 대응 역시 명확한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미세먼지, 서해 영토 문제, 고구려 역사 왜곡, 대만해협의 안전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외교만이 반중정서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충분히 숙고한 뒤,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명확한 입장과 의제를 가진 상태에서 차분하게 외교에 임해야 한다. 상대의 요구나 압박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면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이제는 새 정부가 여유를 갖고 국익 중심의 견고한 외교를 이끌어야 할 때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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