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또 한 번의 큰 파도"…이해진, 네이버 미래에 베팅

  • 이해진, 기술 전환기 맞아 7년 만에 이사회 복귀

  • 이해진 의장 "또 한 번의 파도, 이번엔 AI"

사진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사진=네이버]

“네이버 설립 이후 25년간 많은 파도가 있었는데, 인공지능(AI)은 인터넷, 모바일 레벨(수준)의 파도인 것 같아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네이버의 첫 해외 투자법인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현지 벤처투자자 네트워킹 행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챗GPT 등장 이후 전 세계를 휩쓴 AI 현상을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규정했다.

이 의장은 “자주 하는 말인데, 25년 내내 망할 것 같았다”고 웃으며 “모바일, 인터넷, 블록체인 등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가 처음 AI에 큰 규모로 투자하고 챗GPT가 나오기 전 실험해 본 모델 결과에 많이 놀랐다”며 “그래서 또 큰 파도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AI 전환기에 맞춰 경영진을 지원하고자 이사회 의장직에 다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에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고 이사회에 들어가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느꼈다”며 “AI가 복귀의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지난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7년 만인 지난 3월에 다시 복귀했다. 2018년에는 등기이사직에서도 사임한 바 있다. 그는 다만 “내가 직접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경영진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력에 대한 평가도 솔직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의 AI 기술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인정하며, “투자 규모나 인력 등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그 싸움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포커스를 해야 하고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며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LLM(대규모 언어모델)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범용 AI에서의 승부는 쉽지 않다고 보면서도, 그는 특정 분야 AI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챗GPT와 같은 범용 AI는 미국과 중국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지만,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특정 분야에 대한 AI 경쟁은 승산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색엔진 발전 과정을 예로 들며, AI의 경쟁 축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내다봤다. “검색도 처음에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결국 다 비슷해지고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즉 “AI도 지금은 LLM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누가 더 잘 만드느냐에 경쟁이 벌어지겠지만, 결국 이 수준은 비슷해지고 데이터에서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집중하고자 하는 AI 활용 분야로 ‘상거래’를 꼽았다. “네이버가 제일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분야가) 상거래 쪽”이라며 “외부에서는 포시마크 투자를 두고 ‘왜 네이버가 중고 시장에 난데없이 투자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상거래 데이터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스마트스토어, 일본에서는 라인과 야후, 스페인에는 왈라팝이라는 중고 거래사이트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쪽(상거래)이 우리의 중요한 사업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네이버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빅테크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은 경험을 강조했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에 맞서 살아남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정말 체험했다”며 “전 세계에서 자신의 검색 엔진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고, 그 회사가 네이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전 세계 수많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중 가장 대단한 것은 한글”이라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에 검색 엔진 기술이 나왔을 때 기쁘고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신입사원 시절 영어 검색 엔진들은 잘됐지만, 한글은 잘되지 않았다”며 “한글을 쓰는 사람들은 좋은 정보를 빨리 찾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여해야겠다는 마음에 검색 엔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글로벌 플랫폼 의존성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좋은 검색 엔진 하나가 전 세계를 다 검색하게 해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적어도 지금 한국 사람들은 구글이나 네이버로 검색해 보고 그 결과의 차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네이버가 구글에 대항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에는 언어적인 특성이 물론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구글이 전 세계 모든 언어를 잘 다루기 시작하면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한글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만, 영어와 달리 적절한 데이터가 없었다”며 “그래서 먼저 시작했던 것이 지식인, 블로그, 카페 같은 커뮤니티였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라마다 텍스트북이나 콘텐츠, 스토리가 필요하듯이 그 나라 사람들의 검색 엔진도 필요하다”며 “네이버는 인터넷에서의 다양성, 특히 검색에서의 다양성에 기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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