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민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하 서민과 중소기업)이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전 여러 정부보다는 한결 나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런 긍정적인 기대 밑바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가 한몫 크게 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다른 정부들도 민생 회복이나 경제 살리기를 하지 않겠다고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 출범하는 모든 정부마다 빠짐없이 경제 살리기를 약속하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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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정부 국정목표와 국정원칙과 민생정책 [사진=저자 제공]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21개의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는데 그 셋째 전략이 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주축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의 플래그-십과도 같은 창조경제를 중소기업이 주도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 세부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를 구축(국정과제19)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20)하며, 창업과 벤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21)한다고 되어 있었다. 또 소상공인 자영업자 및 전통시장의 활력 회복(22)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곱째 국정전략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제공에 두고 저소득층의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를 구축(42)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아홉째 국정전략을 서민생활 및 고용안정에 두고 주거 안정(56), 금융 부담 완화(57), 교육비 부담 낮추기(58),통신비 부담 경감(59),농어가 소득 증대(60) 등을 중점 추진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금융 부담이나 통신비나 교육비 면에서 서민의 부담이 일부 낮아지긴 했지만 중소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성장사다리를 구축했거나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살아났다고 믿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서민과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다섯 개의 국정원칙 중에 두 번째 원칙을 더불어 잘사는 경제로 두고 그 아래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국정전략3)와 중소벤처기업이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5)으로 설정했다. 100대 국정과제 세부내용을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역량을 강화하며(국정과제28) 서민 재산형성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며(29) 민생과 혁신을 위한 규제재설계(30), 교통비·통신비 절감(31) 등이 들어가 있다.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전략 안에는 창업국가를 조성하고(39), 중소기업의 튼튼한 성장환경을 구축하며(40),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축소하여 인력난을 해소(41)한다고 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도 20대 약속 중 첫 번째 약속인 상식과 공정의 원칙 바로 세우기에서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을 국정과제1로 설정했다. 또 여섯째 약속으로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중심에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국정과제29)하고, 피해구제를 강화(30)하며, 완결형 벤처생태계를 구축함(32)과 동시에 불공정거래나 기술탈취를 근절하여 동반성장을 확산시키겠다(33)고 장담했다.
과거 모든 정부들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경제활력 강화에 방점을 두며 국력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서민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이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서민과 중소기업의 경제 활력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 및 중소기업 종사자 숫자가 너무 많아서 정부의 재정적 혹은 금융적 지원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따른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730만명과 자영업 560만명과 중소기업 종사자 710만명을 합하면 2000만명이 넘고 그들의 가족과 피고용인을 합하면 거의 3000만명을 헤아릴 것이다. 서민층을 중위 소득 이하 계층으로만 잡아도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이 서민층에 해당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소득을 지원하거나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거나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은 어느 정부에서나 재정적으로나 금융적으로 매우 버거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2000만명에게 10만원씩을 6개월 지원한다고만 해도 12조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한 해 비경직성 예산의 3~5%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2000만 국민에게 월 100만원씩 6개월을 지급한다고 하면 소요되는 재정금액은 연간 120조원이 될 텐데 이는 국가 연간 예산의 거의 20%에 해당하며 전체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 될 것이다. 정부의 힘으로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제활력을 근본적으로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가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재정지원 대상이 너무 거대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정의 제약을 받는 정부로서는 서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재정·금융적 지원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미비점 혹은 결함을 근원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이나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거나 기술탈취를 방지하거나 상생협력체계를 꾸준히 보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중소기업정책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경제전문가들의 관심은 비상경제대응TF에서 발표할 대응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제2차 추경의 규모에 대해서는 20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있다. 지난 5월 의회에서 확정된 1차 추경금액이 13조8000억원인데 연초 민주당이 요구했던 추경 규모 35조원보다 약 20조원 적다는 계산에서 나온 판단이다. 지난 5월 1일 확정된 1차 추경의 지출계획을 보면 중소기업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확정된 13조8000억원의 지출 내용 중 재난재해 대응지원금 3조3000억원, 통상 및 AI 지원금 4조5000억원, 건설경기 보강 1조원을 빼면 실질적인 민생지원금은 5조원밖에 남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나 경제활력에 따로 배정된 예산은 없었다. 2차 추경의 규모는 앞으로 구성될 비상경제대응TF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민생지원금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사에서 재정의 마중물을 통한 민생회복과 경제성장을 약속한 새 정부로서는 과감하고 담대한 추경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1차 추경에서의 민생지원금 규모는 5조원에 불과했지만 이번의 2차 추경에는 민생지원금 규모가 두 배 혹은 그 이상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특히 2019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입게 된 경제적 피해를 어떻게 획기적으로 지원할 것인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더하여 나날이 추락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획기적인 대책이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장기적으로 경감시켜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새로운 장기특별금융기관을 설립해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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