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기피'가 만든 '월세 대세'… 서민 부담만 커진다

  • 사기 피해 후폭풍 규제 강화 영향

  • 서울·수도권 월세 계약 건수 급증

  • 임대료 크게 올라… 주거비 가중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시장의 지형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전세 수요는 정체된 반면, 월세는 가파르게 증가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전세 사기 피해의 후폭풍, 전셋값 상승세,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월세 중심의 계약 구조가 시장에 굳어질 경우 서민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지역의 확정일자 기준 월세 계약 건수는 5만359건을 기록했다. 1월 3만9805건 대비 26.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월세 계약 건수가 2% 증가에 그친 바 있어 올해 들어와 월세로 이동하는 숫자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 계약은 올해 1월 2만3390건에서 5월 2만8005건으로 늘어나며 월세에 비해 변화가 크지 않았다.

월세가 증가하는 모습은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경기도 월세 계약 건수는 올해 1월 3만829건에서 5월 4만7235건으로 53.2% 크게 늘었다. 반면 전세 계약 건수는 2만256건에서 3만1569건으로 증가해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전월세전환율(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 수치도 높아지고 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전월세전환율은 2022년 1월 3.94로 최저를 찍은 뒤 상승세를 유지하며 올해 4월 4.21까지 높아졌다. 지난 1월 4.14를 기록한 뒤 매달 오르는 모습이다.

월세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고,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도 큰 상황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전셋값까지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서민들 입장에서 전세를 선택하는 데 따른 부담과 보증금 리스크가 커졌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281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억58만원)보다 4223만원 올랐다. 수도권 평균 전셋값도 같은 기간 4억364만원에서 4억2526만원으로 비싸졌다.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월세 상승이 나타나 서민 부담은 한층 커진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종합 월세통합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4월 100.1을 기록하며 올해 초 99.71보다 상승했다. 이 수치는 지난 2월까지 90 후반을 기록했고 3월 이후부터는 100을 넘어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임대인 측에서도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대출 규제로 전세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인한 전세 공급이 감소한 점도 있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면 월세로 몰리는 현상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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