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투’(빚 내서 투자) 움직임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랠리'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와 신용대출이 동반 증가하는 추세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850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달 말(18조2739억원) 대비 5761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자가 신용 거래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하면 일부는 자신의 자금으로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구매한다. 이때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이 신용거래융자잔고다. 신용거래융자잔고가 커졌다는 것은 빚을 내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1~12일) 6002억원 증가해 총 103조9147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500억원으로, 5월 평균(265억원)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늘어난 신용대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 등 투자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를 하는 이유는 증시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달 1~12일 코스피 지수는 2697.67에서 2920.03까지 8% 넘게 뛰었다.
향후 '빚투'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아서다. 아주경제 설문 결과 증권사‧자산운용사 전문가 21명 중 20명이 올해 안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 또한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빚투에 유리한 환경 또한 조성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30일부터 신규 신용융자와 담보융자 이자율을 0.25%포인트 인하한다. 한화투자증권 또한 주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하고, ‘신용대출금리 연 3.98%’ 이벤트를 진행한다.
다만, 시장이 꾸준히 좋을 수는 없기에 과열된 투자 열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빚투 실패’로 인한 회생 신청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12만9498건을 기록, 역대 최다였던 2023년 12만1017건을 넘어섰다.
한 법무사는 “빚을 내서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한 뒤 실패하고 회생 절차를 밟는 사례가 실제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무리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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