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직원 대피령을 내렸고 현지법인은 없지만 이스라엘 내 탄탄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차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첨단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한 방산업계도 프로젝트 차질을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동 가전 수출액은 1억9372만5000달러로 이 중 이스라엘 비중은 14.4%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판매법인을, LG전자는 판매지점을 두고 수출 규모를 늘려 왔다. 다만 이스라엘·이란 간 공습 수위가 높아지면서 현지 판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 KGM 등 자동차 업계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스라엘 내 별도 법인 없이 판매 대리점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아직 현지 대리점 시설이나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1만6000여대를 판매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며 "본사 차원의 조치가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다양한 협업을 펼치던 방산업계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이스라엘 간 공동 프로젝트에서 기술 이전 지연, 생산 차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의 레드백 장갑차에는 이스라엘산 포탑과 능동방어체계가 탑재됐고, 무인기 및 장거리 레이더에도 이스라엘 기술이 일부 도입됐다. 한화시스템은 이스라엘 대표 방산기업인 엘타시스템·엘빗시스템 등과 첨단방호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내 별도 법인이나 파견 직원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로템은 이스라엘 인프라 사업 수주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예루살렘의 도시철도 인프라 사업은 레드·그린·블루라인으로 나뉘어 추진되는데 현대로템은 약 20억 달러 규모의 블루라인 사업 참여가 유력했다. 전쟁 발발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사업성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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