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단하다. 이 정부 출범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라는 장애물도 사라졌고,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여당 몫인 만큼 거칠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12·3 내란 사태 척결'을 강조하며 "개혁 동력이 가장 강한 1년 내에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검찰, 사법, 언론 등 산적한 개혁 과제를 신속하고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한 여당으로서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야당과의 정례 협의를 언급한 것은 바람직해 보였지만 법사위 위원장직을 야당에 넘겨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요구에 대해선 "법사위 운영 규칙상 2년마다 교체하기로 돼 있다"며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말해 단박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 지도부 때부터 추진해온 쟁점 법안 처리 방침도 언급했는데 여기에 '이 대통령 방탄 3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이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은 '셀프 면죄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재입법도 처리한다고 한다. 모두 야당이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법안들로 협치 없는 독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모습과 여당을 향해 여론전에 나서고 정쟁은 또 격화되면서 첨예한 대립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야당과의 정례 협의가 과연 실행 될지도 의문이다. 이 정부의 최대 과제는 '민생 회복'과 '국민 통합'이다. 추경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계엄과 탄핵을 거쳐 망가진 정치를 복원해야 하고, 무너진 민생도 다시 쌓아 올리는 일이다. 여당이 됐다고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거대 의석을 앞세우기에는 현재 나라 전체가 위기다. 김 원내대표도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목표로 '정치 복원'을 꼽기도 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야당에서 반대하는 법안들인 만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로서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예전과 다를 바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