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각료, 관세 협상 "오리무중"… 중동 문제로 더욱 복잡해진 미일 협상

  • 아카자와 "美, 중동 정세로 시간 못낼 수도"..."7월 9일 염두에 두고 협상 진행 중"

  • 美의 방위비 2%→3.5% 증액 요구 복병

  • 미군 이란 타격으로 더욱 복잡해져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회의에서 만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회의)에서 만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점차 긴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해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관세와 방위비 문제가 얽히게 되진 않을지 경계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주도하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20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오리무중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동 정세 대응에 여념없는 미국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시간 할애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다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7월 9일은 하나의 분수령이며, 당연히 이를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상호 관세 인상 부분을 다음 달 9일까지 일시적으로 유예하고 있다.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관세율은 10%에서 24%로 인상된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지만 관세 협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회담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수입차에 부과한 25% 자동차 관세를 둘러싸고 양국 간 인식 차가 여전히 큰 것이 확인됐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관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방문 전인 13일, 야당 대표들과 만난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 상황이 ‘오리무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파악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미국은 5월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4차 장관급 협의 당시만 하더라도 자동차 관세를 포함해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상회담 직전 태도가 강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당초 일본 정부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 문제 접촉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3일 아사히, NHK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중동 정세 불안 속에 다른 정상들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들과 회담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이 와중에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은 최근 일본 측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기존 요구인 3%보다 더 높은 3.5%로 올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은 현재 GDP 대비 1.8% 수준 방위비를 2027년까지 2%로 증액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미국이 추가로 3.5%까지 요구하자 반발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반발해 7월 1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미·일 동맹을 안보의 핵심으로 여겨 온 일본이 2+2 회의를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미국이 일본의 GDP 대비 방위비 비중을 3.5%로 인상하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인상 압박이 여전한 가운데 이는 앞으로도 양국 간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2일, “방위비를 GDP 의 3.5%까지 추가로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향후 미·일 장관급 협의나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에 무역 불균형 시정을 요구하면서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오랜 기간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 평화를 유지하며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얻어왔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방위비 증액 요구를 무역 협상에도 포함시킬 경우 일본에게는 엄격한 협상 조건이 될 것”이라고 견제했다.

이와 관련해 하야시 장관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전보장은 불가분이라는 공통 인식 아래 나토와 구체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방위비 문제와 관세 협상은 별개 문제라며 엄격히 분리 대응해 왔지만, 중동 정세 등으로 인해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