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직매립 금지 앞둔 서울, 신규 자원회수시설 불가피"

  • 유기영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인터뷰

유기영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 정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을 앞두고 “재활용으로 줄일 수 있는 생활폐기물 양은 제한적”이라며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의 건립의 필요성과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등을 설명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유기영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내년 정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을 앞두고 “현재의 재활용 품목으로 줄일 수 있는 (생활폐기물) 양은 제한적”이라며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필요성과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등을 설명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이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지 않으려면 하루 10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중간처리시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의 재활용 품목으로 줄일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고···. 따라서 에너지 회수형 소각 방식인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신설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쓰레기 광역자원회수시설을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에 앞서 그는 서울시가 직면한 현실을 짚었다.

환경부는 매립지 부족과 환경오염 문제를 고려해 앞으로 소각·재활용 이후 남은 잔재물만 매립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했다. 따라서 이 정책은 수도권은 2026년부터 당장 시행되고,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시행된다.

서울시는 현재 재활용을 하고 남은 생활폐기물 중 약 30%를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하고 있다. 내년 정책 시행 시 상당한 쓰레기 처리 부담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마포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인근 부지에 신규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마포구가 절차와 주민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어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게다가 신규 자원회수시설 철회를 주장하는 마포구 주민 2000여 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관련 절차가 멈춰 ‘쓰레기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자원·환경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유 연구위원은 “생활폐기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도시 인프라 문제”라며 자원회수시설 신규 설치 필요성과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1996년부터 10여 년 동안 서울시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협의회 위원을 지냈으며 서울연구원에서 도시환경연구부장, 기획조정본부장, 지속가능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환경정책연구심의위원회 위원 등 이력을 지녔다. 다음은 유 연구위원과 일문일답한 내용.

-마포구에 건립을 추진 중인 광역자원회수시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설이 꼭 필요한 이유는.

“서울은 수거량 기준으로 생활폐기물 중 약 65~68%를 재활용하고 있다. 실제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까지 재활용품으로 분리할 정도로 이제는 추가로 재활용할 수 있는 양도 많지 않다. 결국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 중 70%는 소각하고 남은 30%를 매립하게 되는데 이 매립량이 하루 1000톤에 달한다.

정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 이 1000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에너지를 회수하는 소각 방식, 즉 자원회수시설을 통한 처리다.”

-정부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재활용 후 남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소각과 매립 두 가지뿐이다. 이 중 매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폐기물 처리 방식이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분명하다.

우선 매립은 환경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더 큰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또 한 번 매립한 폐기물은 30년 가까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해당 부지를 장기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매립된 폐기물은 수거와 운반 과정에서 섞이거나 오염되기 쉬워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지자체가 생활폐기물을 발생지 또는 그 인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폐기물관리법에 규정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소각, 자원회수시설이 갖는 장점은 뭔지.

“상대적으로 소각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반입된 폐기물이 2~3일 이내에 안전한 소각재로 처리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전기 생산이나 지역난방 등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소각시설은 부지 면적이 비교적 적게 들기 때문에 도심 내에 설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회수된 에너지를 인근 아파트 단지나 업무시설 등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원회수시설 안전성은.

“1990년 서울시가 자원회수시설, 대형폐기물처리시설 등 건설을 본격화할 때 시민사회는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소각할 우려나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 발생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후 4개 대형 자원회수시설과 1개 소형 시설이 건설돼 20~3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인근 주민이 환경오염 물질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다. 이러한 안전성은 서울뿐 아니라 국내 다른 도시 소각시설에서도 입증됐으며 해외도 마찬가지다.

자원회수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고도화된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통해 정화될 뿐 아니라 전문 인력이 철저히 관리한다. 또 굴뚝에서 배출되는 물질의 농도는 실시간 또는 정기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인근 지역 환경과 주민 건강에 대한 영향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그럼에도 자원회수시설이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주민들을 설득할 방안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적 보상과 함께 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경제적 보상은 인접 지역 주민들에게는 주민지원기금을 통해 난방비를 보조하고 지역 내 편의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시설이 위치한 지자체에는 주민편의시설 설치, 반입협력금, 지역발전기금 등을 통해 실질적 보상을 제공한다.

아울러 자원회수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전망대나 수영장, 독서실, 카페, 야외공연장 등 조성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안도 논의된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보상 방식이나 활용 방안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지자체가 원하는 지원 수준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해외에서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 등으로 조성한 사례가 있다면.

“해외에서는 자원회수시설을 단순한 쓰레기 소각장이 아닌 도시의 명소로 탈바꿈시킨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예술적 요소를 가미해 환경과 예술이 융합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주거지에 밀접해 있음에도 주민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으며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는 세계 최초로 스키장을 갖춘 자원회수시설이다. 등산로와 전망대, 카페도 운영돼 시민 여가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런 사례들은 자원회수시설이 도시 기반 시설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와 문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유럽에서는 이 같은 시설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연하다고 느낀다. 실제 민가와 기피시설이 인접해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 많은데 시민들 인식에 ‘도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이해가 깔린 듯하다. 우리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원회수시설 신규 건립을 대신해 민간 소각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폐기물은 발생한 지역 안에서 처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설령 서울시가 민간 시설을 이용하려 하면 그 시설이 위치한 지역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민간시설 처리 용량 역시 충분하지 않으며 민간 소각시설은 수도권 외곽이나 경상도, 전라도 등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해 그로 인한 환경적·사회적 비용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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