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문화원인 주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이 개원 15주년을 맞았다. 구본철 원장은 최근 AJP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을 소개하며, 고려인 공동체와의 협력을 중심으로 한 공공외교 활동을 강조했다.
2010년 개원한 문화원은 아스타나를 거점으로 한국어 강좌, K-팝 공연, 전통문화 체험, 미디어 콘텐츠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고려인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약 12만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후, 오늘날까지 한국어와 전통문화를 꾸준히 지켜왔다. 국립고려극장은 지금도 한국무용과 사물놀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일보’는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구 원장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을 단지 ‘강제이주자’의 후손으로만 보기보다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사회에 모범적으로 정착한 우리 동포로 보면 좋겠다”며, “고려인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접점이자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문화원은 고려인 단체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중앙고려인협회와 지역별 고려인협회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춤이나 사물놀이 공연과 같은 전통문화를 배우고 공연하고 있는데, 문화원은 한복과 사물놀이 악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고려극장과 협업해 지역별로 대규모 한국문화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또한 문화원은 아스타나 이외에도 알마티, 쉼켄트 등 카자흐스탄 내 타 대도시에서도 그 지역의 고려인협회나 한국문화동호회와 함께 문화행사를 활발히 개최해,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 원장은 고려인 관련 다양한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카자흐인들이 ‘이웃에 고려인이 있어 한국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해 왔다’고 말한다”며, 고려인이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한국 문화를 확산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고려인 사회와의 협업 외에도 문화원은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문화원이 아스타나에 자리 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스타나는 정부기관과 외교 공관, 주요 문화예술기관이 밀집한 카자흐스탄의 수도로, 공공외교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문화원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카자흐스탄 문화부, 관광체육부와 직접 협력방안을 소통하고 있으며, 주요 공공예술기관이나 박물관, 도서관 등과의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 역시 관계 발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 구 원장은 “카자흐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같고, ‘살살’처럼 발음과 의미가 비슷한 단어도 100개가 넘는다. 알타이 문화권이라는 공통된 기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한국인은 언어 구조부터 가족 중심 문화, 노인 공경, 손님 환대 등에서 유사한 문화적 뿌리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화적 친근성 덕분에 현지 대학들과의 협력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카자흐국립여자교육대학, 술레이만 데미럴 대학, 막숫 나릭바예프 대학교, 나자르바예프 대학, 유라시아대학교 등 다양한 현지 대학에서 케이팝, 한국어, 한국문학, 전통놀이와 같은 한국 문화 행사를 대학 내 커뮤니티와 함께 개최해,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에게 한국문화의 매력을 소개하며 교류의 발판을 넓혀가고 있다.
문화원은 앞으로도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과 고려인 사회 등 카자흐스탄 사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공외교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웹툰·게임 등 차세대 콘텐츠 개발을 통해 협력과 교류의 외연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구 원장은 “양국 간 문화적 유사성을 토대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상호 존중의 기조 아래 공공외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