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는 미국이 이란 공습을 단행하기 전날인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아랍 동맹국들과 만나 몇 시간에 걸친 비밀 회담을 갖고 이란과의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 중에는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수반하지 않는 민간용 핵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200억∼300억 달러(약 27조∼4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고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러한 투자 비용을 미국 정부가 직접 부담할 의향은 없으며 아랍국 파트너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이들은 짚었다.
CNN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하고, 6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해외 동결 자금에 이란 정부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이날 논의 내용에 포함됐다.
또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을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 기능이 없는 민간 용도의 핵시설로 전환하도록 하고 그 비용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아랍 국가들이 부담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러한 제안들은 아직 모두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란이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역량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하루빨리 재개해 외교 성과를 올리기 위해 이란이 협상에 응할 만한 적절한 유인책들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부터 다섯 차례 만남을 갖고 핵협상을 진행해왔으나, 6차 회담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는 최근 2주간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이란이 핵협상에서 미국의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란 정권이 협상 대신 핵무기 개발이라는 강경책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이란 의회는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핵 프로그램 운영 의지를 드러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국영 TV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미국과 대화가 이란 정부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평가 중이라면서 다음 주 대화를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이 입은 피해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이란의 앞으로 외교적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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