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한 달 동안 진행된 내부 회의에서 '금융 AI'와 'AI 인재'의 중요성을 연이어 강조하고 나섰다. KB금융이 AI를 그룹 경쟁력의 중심축으로 삼은 만큼 전방위적인 조직 개편과 인프라 확충, 교육 강화 등 실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 회장은 최근 진행된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KB에 가야 금융 AI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 AI라고 하면 KB를 떠올릴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인프라 확대를 넘어 AI를 통해 'KB의 비즈니스 자체'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후 진행된 '내부 부서장 회의'에서는 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AI를 외부에서 구입해(buy) 쓰려 하지 말고, 일하는 실전 인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채용하라(employ)"고 주문했다. KB금융의 미래 인재 전략과 조직 문화 전반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는 KB금융이 AI를 일시적인 기술이 아닌 장기적으로 내재화하고 인재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 차원의 기술 전략이 '외부 의존'이 아닌 '내부 역량 강화'에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디지털화 수준을 넘어 경영 전략 전반의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양 회장은 AI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11일 지주 및 주요 계열사의 데이터·AI 분야 임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그룹 데이터 혁신 세미나'를 개최하고 "데이터는 단순한 수집 그 자체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알고자 하는 바가 명확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며 "비즈니스 현장과 고객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대화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실무진에게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최신 기술을 내부에 전파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고의 데이터 전문가로서 자기 계발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KB금융은 금융소비자보호 체계에도 AI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를 장착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AI를 기반으로 금융상품 설계 사전 검토 및 조치, AI·빅데이터 기반 NPS 분석 및 처리를 자동화할 방침이다. 사실상 상품 설계부터 사후관리까지 AI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IT투자 확대와 AI 외주 개발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여겨졌다면 양 회장은 그 흐름을 인재 중심 전략으로 전환시키려는 것 같다"며 "KB금융이 AI 기반 금융 실험장을 지향하면서 기존 금융그룹 틀을 넘어서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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