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열된 집값을 잡기 위한 초강도 대출 규제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후속 대책을 두고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집값이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상승 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률이 높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를 억누르는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고, 근본 해법인 주택 공급 확대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해 장단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6·27 대책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이후 시장 흐름을 지켜본 뒤 추가로 부동산 대책 발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거 정부 사례에서 보듯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시장이 안정되기 어려워 보다 세밀한 공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대출 규제부터 규제지역 확대, 주택 공급 등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택 구입 목적인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강수 대출규제를 발표했다. 여기에 이달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도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인 만큼 이번 대출 규제 효과를 지켜보면서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출 규제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6월 다섯째 주(6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40% 오르며 상승 폭이 둔화된 것도 대출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급감도 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인 대출 규제 이후에도 집값 급등세가 이어졌을 때 정부가 꺼낼 수요 억제 카드로는 규제 지역 확대 등 추가 규제가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6·27 대출 규제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추가 규제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확대와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등 추가 금융 규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전역과 수도권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핀셋 규제에 나섰으나 풍선효과로 인해 주변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제 개편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값 과열 상태가 지속되면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다. 다만 ‘최후의 수단’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이재명 대통령도 세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 당장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내놓을 공급 확대 정책이 추후 시장 안정에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등 규제 대책의 효과가 통상적으로 6개월이 지나면 감소해 공급 대책을 통해 장기적인 수요 분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 대책 초점은 신규 택지 발표보다는 도심 고밀 개발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신규 택지 발굴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최대한 단기간에 공급 가능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당장 가용 가능한 카드 중 1순위는 도심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하거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 및 청사를 주거·업무시설로 개발하는 방식이 꼽힌다. 이 밖에 역세권 고밀 개발,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등 소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대안들도 주택 공급 대책으로 거론된다. 상업 용지의 주거 용지 전환, 3기 신도시 녹지·공공시설 축소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규제와 함께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 상세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빠르게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인센티브를 통해 공사가 신속히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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