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내달 1일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혼선으로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타코(TACO)’라는 불명예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관세를 유예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 통보가 협상 전술이냐 아니면 실제 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자기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좋은 합의를 갖지 못하면 관세는 진짜로 부과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대화는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국을 대상으로 관세율을 발표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상무부 장관)과 나머지 무역 팀이 협상한 개략적인 합의들을 일부 봤는데 대통령은 합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한국,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등 20개 이상의 교역국들에 관세 서한을 보내 8월 1일부터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리·의약품·반도체 등에도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전방위적 관세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와 달리 시장은 이미 관세 위협에 이미 익숙해진 모습을 보인 가운데 뉴욕증시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처럼 관세 발표는 협상 전략으로만 사용하고, 또다시 관세를 유예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연해진 모습이다. 증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성향을 활용한 '타코 트레이드'라는 전략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에는 인플레이션 우려 및 국채 금리 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호관세를 유예했지만 이같은 요인이 약화될 경우, 언제라도 관세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관세 발효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개월간 미국 물가지표가 크게 상승하지 않으면서 관세 실행에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타코 트레이드를 겨냥해 "증시 내 안일함"이 있는 것 같다고 경고했고,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시장은 트럼프가 또다시 물러설 것이라고 믿는 모습이지만, 우리는 이를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처럼 무작정 관세를 유예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 전까지 각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유럽연합(EU) 등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자국 시장을 개방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들 모두 자기들의 방식을 매우 매우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한국은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며 “알다시피 한국은 상당한 관세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각국과의 협상이 어떤 진전 단계에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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