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비상장 주식,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선 안 된다

사진신동근 기자
[사진=신동근 기자]

지난해 벤처·스타트업 인증을 받은 곳은 약 4만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식을 발행·등록한 기업은 1418개사로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기업 경영 및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임직원에 대한 보상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도, 주식 발행을 않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유가 뭘까. 시장에선 주식을 발행해도 실질적인 활용과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성장이 이어지는 상황 속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不在)한 통에, 굳이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현장 기업들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비상장 주식 관련 발행·등록 시스템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란 게 기업들도 제도 활용을 꺼리는 이유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복잡한 절차와 높은 진입 장벽 탓에 많은 스타트업이 전자증권제도에서 멀어지고 있고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은 실제 자산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그림의 떡’ 같은 주식을 들고만 있는 실정이다. 현금화도, 대출도 어렵다. 구조적 한계는 투자자 보호 문제로도 이어진다. 거래는 제한적이고 정보는 부족하다. 법적 안전망도 약해 ‘비상장 주주’는 여전히 위험한 투자를 감내해야 한다. 이는 자본과 인재들이 벤처기업 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되기도 한다.

기업의 규모, 업무 환경, 자금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발행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벤처·스타트업 관련 공적 자금 수여 기관들은 주식 발행 내역과 주주명부는 물론 자본 변동사항에 대한 진위 확인과 실시간 대응 방안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비상장 주식은 여전히 ‘실명화’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자본시장은 상장·공개시장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증권의 발행, 등록, 관리 업무는 유일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상장기업 위주로 이뤄졌다. 2019년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의 독점은 법적으로는 해소됐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비상장 주식 발행이나 관리 역시 상장 중심의 관행 아래서 소외되고 있다. 관련 통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속 IT 기반의 혁신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비상장 주식 발행·등록 시스템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절차는 간단하고 직관적이어야 하며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맞춘 맞춤형 발행 모델도 고민해야 한다.

기초 금융 데이터 통합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주주명부, 자본변동, 스톡옵션 내역 등은 시장과 정책 당국이 공유할 수 있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 신뢰는 물론, 공공 자금의 운용 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비상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공개 기준과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비상장 주식을 더이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해둬선 안된다. 벤처·스타트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피'가 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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