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사진=김정훈 기자]
미국 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를 당초보다 7년 앞당겨 오는 9월 말 종료하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북미 수요 위축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저가형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 견제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21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미 정부예산조정법안(OBBBA)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주요 기업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추진 중인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것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에너지·환경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정책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 요인을 짚고, 향후 한미 간 배터리 협력과 신시장 진출 전략이 논의됐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OBBBA 제정으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유지돼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며 "공급망 기준 강화로 부담은 있지만, 중국 견제가 심화되면서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세액공제를 실적에 반영했으며, 이는 영업이익의 2.6배에 달한다. 삼성SDI, SK온 등도 유사한 구조로 혜택을 받아온 만큼, 세액공제 종료는 수익성과 원가 경쟁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모든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차전지 셀과 소재에 적용되는 첨단제조세액공제(IRA 45X)는 계획대로 유지된다. 셀에는 kWh당 35달러, 모듈 10달러, 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에는 kg당 10달러의 세액공제가 주어지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일정 비율 이하의 중국산 소재에 대해서는 예외도 인정된다.
ESS 시장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OBBBA에 따라 2025년부터 중국산 셀에 40.9%, 2026년부터는 58.4%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며 수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는 점유율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월부터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 중이며, 삼성SDI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ESS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입지는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미국 드론, 선박, 방산 등 분야의 신규 바이어 발굴과 북미 전시회 참가 확대를 대응 전략으로 제안했다. 산업연구원은 무인 무기체계, 휴머노이드 로봇, 에너지저장장치 등에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윤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사에서 "배터리 산업은 기술, 에너지, 밸류체인 등 세계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에 서 있는 산업이자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대한민국의 대표 전략산업"이라며 "오늘 설명회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민관이 함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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