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칩 선두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관영매체에 출연해 “중국의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있든 없든 발전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기술 자립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그는 20일 방영된 중국중앙TV(CCTV)의 대담 프로그램인 면대면(面對面)에서 “엔비디아가 여기(중국)에 없다면, 화웨이는 반드시 자체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부재에도 중국 본토의 혁신 기업들이나 화웨이와 같은 반도체 업체들이 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인류의 혁신 능력에 대한 나의 확신”이라면서 “뜻이 있는 자는 끝내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는 동시에 중국 AI 기업의 잠재력을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CEO는 올해에만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며 그동안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로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가 제품인 H20 칩의 중국 수출 재개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강경파 의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 H20보다 고사양의 엔비디아 최신 칩은 여전히 대중국 수출이 금지돼 있다.
약 40분간의 CCTV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황 CEO는 중국 공급망 시스템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다른 국가의 공급망도 도와주고 있다”며 “AI, 소프트웨어, 기계 시스템의 통합 능력은 중국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고, 이는 중국에 있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화웨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화웨이는 규모, 인력, 기술력 모든 면에서 비범한 기업”이라며 딥시크의 ‘R1’ 모델이 엔비디아 H20 칩의 구조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황 CEO는 박람회 개막식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중국어로 축사하고, 내외신 언론들과 100분에 가까운 기자회견을 소화하는 등의 파격 행보를 보였다. 각종 인터뷰를 통해 미·중 기술 협력의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글로벌 기업 중 처음으로 시총 4조 달러(약 5555조원)를 돌파한 기업의 수장인 그는 인터뷰 말미 “나는 회의 때 ‘우리 회사는 파산까지 겨우 30일 남았다’고 얘기하곤 한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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