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화학물질 관리 역량강화 프로그램, 직업병 예방의 첫걸음

김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보건실 부장
김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보건실 부장
국내 유통화학물질은 약 3만3000종으로 매년 화학물질 종류, 취급사업장 수, 유통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화학물질로 인한 직업병 발생 위험을 높이며 특히 화학물질 관리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은 이러한 화학물질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그간 연구를 통해 소규모 사업장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 사업 모델을 도출하고자 했다. 그 결과 소규모 사업장에 적합한 현장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해부터 '화학물질 관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인지·확인-평가-관리방안 도출-사후관리' 등 4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인지·확인 단계에서는 사업주와 화학물질 관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시작으로 취급 화학물질 목록 작성, 화학물질 위험성평가를 실시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업주와의 대화다. 사업주가 이 사업의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 지원해줘야 사업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수행요원의 설득 능력은 필수적이다. 사업수행 전 수행요원을 대상으로 롤플레이(Role-Play) 방식 등을 활용한 전문화 교육을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가 단계에서는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중점관리물질 또는 공정을 선정하고 화학물질의 노출 수준을 직접 측정한다. 이 측정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작업환경측정이 아닌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측정으로 기존 작업환경측정 및 분석법, 직독식 장비 등을 이용한 측정 등 다양한 방법 적용이 가능하다. 이 단계에서는 사업주가 작업환경측정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문제의 원인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사업 수행요원들은 모두 산업위생전문가로 현장의 다양한 문제점 파악과 평가가 가능하다.
 
관리 방안 도출 단계에서는 인지·확인, 평가 단계에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한 공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사업주, 근로자, 수행요원 간 의견 조율을 통해 작업환경 관리계획을 수립한다. 관리계획은 중·장기, 단기로 구분하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최대한의 수준으로 수립한다. 국소배기장치 등 설비 개선이 필요한 때에는 공단 '건강일터 조성지원' 사업에 참여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후관리 단계에서는 관리계획 이행 상태 확인, 프로그램 전후 인식비교 설문조사 등이 이루어지며 향후 사업장에서 스스로 화학물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그간의 프로그램 내용 검토와 토의가 이루어진다.
 
현장 모니터링을 통한 사업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 사업장의 취급 화학물질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관리가 필요한 화학물질과 작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사업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인식은 프로그램이 사업장에 스며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정부 지원이 멈추면 관리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학물질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업장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켜 관리 중단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화학물질 관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일방적인 법령 안내 및 지도가 아니라 사업주와 소통하면서 관리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양방향 사업이다. 화학물질 관리 역량 강화가 산재 예방을 위해 추진 중인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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