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겁게도 시원하게 12만 관광객을 사로잡은 화천토마토축제. 하지만 민관군과 기업의 상생 모델로 주목받은 이 축제에 개최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흥행 성공 이면에는 풀어야할 과제도 남았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문화마을 일대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2025 화천토마토축제’는 사흘간 약 12만여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관광객도 1800여명이 방문하며 이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축제 브랜드 가치를 모두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마토 속에 숨겨진 반지를 찾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황금 반지를 찾아라’는 축제의 백미로 자리 잡으며 폭염 속에서도 모든 연령층에게 흥미를 제공하며 인기몰이했다. 또 풍성한 체험존 및 테마로 구성된 공연존, 이벤트존, 워터존, 체험존, 홍보마켓존, 밀리터리존 등 6개 테마 구역에서 총 40여 개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의 눈과 손을 사로잡았다.
더욱이 이 축제는 화천군과 주민으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가 기획과 운영을 맡고 오뚜기와 공영쇼핑 그리고 농협 등 기업과 기관이 후원과 협찬을 하고 있다.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의 참여도 돋보였다. 군부대는 군장비 전시로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고 장병들에게 참여기회를 줌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에 민관군과 기업이 함께 상생하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축제의 철저한 안전 관리 역시 돋보였다. 축제장 전역에 살수차를 운행하고 간이 샤워 시설, 대형 그늘막, 수십 개의 파라솔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찰서, 소방서, 군부대가 공조해 안전사고 없이 행사를 진행한 점도 호평을 받은 이유다.
특히 상품성이 없는 농산물 파지 토마토를 축제에 활용해 농가 수익을 돕고 축제장 인근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소에도 축제 특수를 안겼다. 따라서 토마토축제는 민·군·관·기업의 협력 구조로 축제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지역 성장 가능성 등이 모두 높아진 대표적인 상생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는 사내면 주민들은 이 축제에 냉담한 반응이다. 주민들은 축제의 흥행성과는 별개로 축제에서 배제된 자신들의 소외감을 지적하며 우리 마을 축제라는 체감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사내면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는 축제의 실질적인 운영 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돼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제를 운영하는 주체는 대부분 화천군청과 일부 기업, 외부 이벤트 대행업체다. 이에 주민들은 축제의 배경에만 머물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사창리의 한 사회단체장은 “토마토축제를 위해 주민 대상 설명회나 사전 의견 수렴 등이 있지만 결국 군청에서 정해진 방식대로 운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이 주인이어야 할 축제인데 축제의 방향과 구성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된다”며 “지역 주민들은 축제에서 소외되고 있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창리 시장의 한 상인도 “축제장 주변 일부 상가를 제외한 사내면 전체 상권의 경제적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특히 행사장에서 떨어진 상점, 식당 등은 축제 특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황금반지를 찾아라’ 외의 프로그램은 방문객 체류 시간 연장이나 숙박, 재방문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아쉬운 구성이었다”며 “매년 재방송식이 아닌 어린이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다양한 연령과 취향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인정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름 대표축제로 성장한 토마토축제의 흥행 이면에는 축제의 질적 완성도와 지역 연결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는 방문객뿐 아니라 축제를 품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먼저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진정한 지역축제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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