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도 디지털·인공지능(AI) 분야 국제 협력과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 균형 잡힌 전략과 독자적 기술 역량 확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디지털·AI 장관회의 개최 성과와 관련해 장관선언문을 채택하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배 장관은 처음으로 열린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AI와 디지털 분야 국제 협력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면서 “한국 주도의 장관회의 개최가 국내외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APEC 21개 회원국 경제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 장관은 이번 회의가 10년 만에 APEC 장관회의 주제가 ICT 통신에서 디지털과 AI로 확장된 점을 짚었다.
그는 “이번이 첫 AI·디지털 장관회의로, 회원국 경제 관료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이는 디지털 혁신과 AI 협력에 APEC 전체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AI와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배 장관은 “우리는 포지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오픈 소스 AI를 통해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으며, 미국은 AI 액션 플랜을 통해 동맹국들에게 AI 풀 스펙 기술을 확산시키려 한다”며 “한국은 오픈 소스 모델을 바탕으로 AI 역량을 키우면서도 독자적이고 특화된 AI 모델 영역에서 차별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장관은 “이처럼 기술력의 차별화와 협력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지켜야 할 부분은 분명히 지키면서도, 국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와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장관은 APEC 내 미중 AI 패권 경쟁과 관련해 “미중 양국 간 경쟁은 매우 치열하며,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반사이익과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AI와 디지털 전환을 이끌며, 패권 양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AI·디지털 분야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에서 배 장관은 “회원국 간 정책 우선순위와 지정학적 이해관계 차이로 의제 조율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특히 안전과 신뢰, AI 생태계 조성 관련 단어 선택과 표현 방식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은 AI 분야에서 오픈 소스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AI 경쟁에서 하이브리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클로즈드 AI 모델을, 중국은 오픈 소스 모델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는 양쪽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 장관은 “내일 예정된 미국 과학기술정책실장과의 면담에서 AI 정책과 협력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한국의 AI 기술 투자와 국제 협력 전략을 더욱 견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계획으로 “AI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 확충, 독자 포괄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배 장관은 “이번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는 디지털 혁신과 AI 전환이라는 국제사회의 거대한 변곡점에서 협력의 새로운 시작점”이라며 “한국이 이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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