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투자 확대 공언했지만 쌓이는 빚에 이도저도...'안전' 딜레마 빠진 코레일

사진연합뉴스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사고가 난 선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열차 선로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코레일의 안전관리 역량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코레일이 철도안전과 작업자 안전확보를 위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누적 적자가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만성 적자가 계속되면서 코레일의 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인력은 감소하는 딜레마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코레일의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0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이후 매년 발생하고 있고, 2020년 66건이던 철도 관련 산재 사고도 2023년 78건으로 증가했다.

코레일 사업장에서는 그동안 작업 중 근로자 사망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22년 11월에는 30대 코레일 직원이 야간에 시멘트 수송용 벌크화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중 화물열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8월에는 구로역 선로 5∼6m 높이에서 점검·보수작업을 하던 중 옆 선로를 지나던 열차가 공중에 있던 작업대를 들이받으면서 30대 코레일 직원 2명이 사망하고, 50대 직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올해 2월에는 강원도 삼척시 동해선 근덕역에서 모터카(보조선로 작업차량)를 점검하던 작업자가 모터카와 선로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지난 2023년 7월 코레일 사장에 오른 한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방위 혁신'을 강조했다. 또 코레일은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5년간 전체 예산 6조6926억원 중 4조3156억원을 '철도안전'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전략과제로 '중대재해 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을 내걸고 안전관리 등급을 2028년까지 1등급으로 상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지난 19일 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코레일의 안전 관리 역량이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안전 관련 인력과 시스템, 매뉴얼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안전 작업과 관련해서 지침과 시스템이 있을텐데 이를 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이번 사고를 통해 현장에서 안전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장비의 문제는 없는지 현장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산재 예방' 점수가 대폭 축소되는 등 재무성과에 치중된 경영평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누적 적자가 21조원에 달하는 코레일 입장에서 안전투자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을 모두 진행하기에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보면 평가 항목 중 '안전 및 재난관리' 성과를 평가하는 배점은 2.5점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 코레일 내 안전 인력은 2022년 1만6343명에서 지난해 1만6175명으로 줄었다. 안전 예산은 2023년 3조6164억원에서 지난해 3조7524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집행액은 3조2531억원에서 3조1471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윤석열 정부는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철도 인력을 난도질해 일하는 사람을 1566명 줄였다"며 "철도는 사람이 곧 안전인데, 지금 철도는 안전에 구멍이 났다"며 정원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노조는 또한 국토부에 철도공사, 철도노조가 참여하는 안전대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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