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가 1.8대로 충전기 보급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용자 친화적인 생태계가 조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유병우 SK시그넷 연구개발본부장(CTO)은 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충전기 보급률이 높지만 절대적인 대수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 말대로 우리나라 충전기 보급률 자체는 높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 효과다. 등록 차량 중 전기차(EV) 비중이 유럽과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EV 비중은 약 2.4%로 중국 7.6%, 유럽연합(EU) 3.8%에 뒤처진다. 기름값이 저렴하고 전기차 선호도가 낮은 미국이 2.1%로 우리와 비슷하다.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전체 차량 중 약 29%가 전기차다.
그는 "충전기 보급률이 높아도 어디까지나 전기차 대당 보급률이어서 주유소처럼 전국망이 확보된 충전 생태계를 갖추려면 멀었다"고 단언했다.
완속 충전기를 급속 충전기로 전환하는 작업도 중점 과제로 꼽았다. 유 본부장은 "완속 충전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급률 지표를 높여야 하는 초기에 전국적으로 설치됐다"며 "사용자 편의성과 전기차 보급의 키를 쥐고 잇는 급속 충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은 국토가 좁아서 전기차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만큼 완속 충전기도 유용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특유의 신속함을 추구하는 풍토도 있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 충전기는 화재 등 안전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유 본부장은 "지금까지 급속 충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으며 충전기에 의한 화재는 대부분 완속 충전기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속은 완전 충전되면 전기 공급이 딱 멈추지만 일부 완속 제품은 충전 중에도 배터리가 100%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다시 전기를 공급해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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