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라피더스에 27조원 쏟는다...'반도체 자립' 프로젝트 본격화

  • 日정부, 라피더스 최대주주로

  • '황금주' 보유...첨단 기술 유출 차단

  • 라피더스, 2027년 하반기 '2나노' 양산 목표

다카이치 시나에 일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시나에 일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 품목으로 규정하고 추진해 온 국산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에 더해 민간 대기업과 금융권의 자금이 잇따라 유입되면서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프로젝트 성격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목표로 2022년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8곳이 총 73억엔(약 685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미국 IBM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 글로벌 최첨단 공정으로 꼽히는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2년 4월까지 총 7조엔(약 66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중 1조엔(약 9조5000억원)을 민간 출자로 확보할 방침이다.

최근 들어 라피더스를 둘러싼 민관 자금 지원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혼다, 후지쓰, 캐논 등 20여 개 기업이 라피더스에 대한 출자를 검토 중으로,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출자 기업 수는 약 30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대 메가은행이 2027년 이후 최대 2조엔(약 18조원) 규모의 융자를 제공할 의향을 라피더스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금융권이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선다. 우선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7년까지 라피더스에 1조1800억엔 (약 11조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지원분을 포함하면 정부가 약속한 총 지원 규모는 2조9000억엔(약 27조원)에 달한다. 이번 지원에는 출자 형태의 자금 투입뿐 아니라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 지원도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의 지분을 직접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황금주’도 보유해 지분 양도나 기술 제휴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첨단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출자를 허용하는 관련 법 개정도 이미 완료했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도 병행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 공장이 들어선 홋카이도 지토세에 첨단 반도체 기술개발 거점을 신설하기로 했다.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고가 장비를 국가가 마련해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이처럼 민관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를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경제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반도체 공급난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수요 급증은 일본 정부로 하여금 ‘자립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게 한 계기였다.

이번 국가 프로젝트는 일본 산업 구조 전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라피더스는 2027년 하반기에 2나노 반도체 양산, 2030년 흑자, 2031년 무렵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이 다시 한 번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라피더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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