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며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두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18분께 검은색 방탄 리무진을 타고 베이징 고궁박물관 내 돤먼(端門)에 도착했다. 평소 자주 착용하던 인민복이 아닌 검은 양복에 흰 셔츠, 밝은 금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입장 순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수비안토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앞서 뒤에서 세 번째 순서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후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다수의 장면에서 한 프레임에 등장했다.
시 주석은 다른 국가 정상들과는 한 손으로 가볍게 악수했지만, 김 위원장과는 두 손을 맞잡고 손등을 토닥이는 모습을 보이며 친밀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기념촬영 때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양옆에 섰으며, 톈안먼 망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두 정상과 나란히 걷고 담소를 나눴다. 시종일관 김 위원장 얼굴에선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본행사에서는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김 위원장이 왼쪽,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선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북·중·러 정상이 공식 석상에 함께 선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다. 행사 중 시 주석은 통역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에 관한 설명을 건넸고, 김 위원장은 이를 경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전날 조선중앙통신 사진을 통해 동행 사실이 확인된 딸 주애는 열병식 현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또 여러 정상이 배우자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선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배우자 리설주 여사 없이 홀로 입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다른 국가들과 정상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직접 방북 초청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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