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호관세에 이어 주방위군 투입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들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해임과 베네수엘라 갱단 연루자 추방 시도까지 막히며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샌프란시스코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조치가 19세기 제정된 ‘민병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민병대법은 미국 내 법 집행 활동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LA에 남아 있는 잔여 병력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항소 기간을 주기 위해 판결 효력을 오는 12일까지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불법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응해 LA에 주방위군 4000명과 미 해병대 700명을 파견한 바 있다. 이날 판결은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롭 본타 주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 병력 배치가 대통령 및 연방 정부 권한을 남용한 불법 조치라며 제기한 소송의 1심 본안 판결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LA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이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시카고·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민주당 거점 도시에 군 병력 투입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카고 주방위군 투입에 대한 질문에 “나는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대답은 ‘지켜보자’이다”라며 “우리는 (시카고에) 들어갈 것이다. 시기는 말하지 않았지만,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카고뿐 아니라 또 다른 민주당 강세 지역인 볼티모어 역시 군 투입 대상 도시라고 언급했다.
이외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FTC 위원 해임 조치 역시 제동이 걸렸다. 이날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레베카 슬로터 FTC 위원 해임 건에 대해 “연방법상 위원은 비효율성, 직무 유기 또는 직무상 부정 행위로만 해임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해임 이유가 없다고 판결한 1심을 2-1의 의견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도 법원에 막혔다. 미국 제5연방 순회항소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적대자법(Alien Enemies Act)’ 적용을 근거로 한 베네수엘라 갱단 연루자 추방 시도에 대해서도 2-1 의견으로 불법 판결을 내렸다. 이에 텍사스·루이지애나·미시시피주는 해당 법령을 근거로 불법 체류자 단속을 시행할 수 없게 됐다. CNN은 불법 체류자 단속에 있어 18세기 법률을 동원하려 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보게 됐다고 짚었다.
이에 관세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주요 정책들이 잇따라 항소심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 성향 판사들이 확고한 다수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쳐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 판결과 관련해 “관세를 없애 버리면 미국은 제3세계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이 사안은 이제 대법원으로 간다. 우리는 내일 대법원에 조기 심리 개시를 요청하고, 신속한 판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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