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역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2000년 IT버블 당시 전성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10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3317까지 올랐고 종가 기준 3314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치였던 2021년 6월의 3316.08을 넘어선 수준이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833선까지 상승했으나 역대 최고치인 2000년 IT버블 당시 2834포인트(현재 지수 환산 기준)와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코스닥 지수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구조적 한계 탓에 장기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닥은 역사적으로 변동성과 테마 장세에 크게 좌우돼 왔다. 2000년 3월 IT버블 당시 2834까지 치솟았지만 같은 해 12월 말 525로 급락하며 불과 9개월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났다. 거품 장세 속에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올해 들어서도 두 지수 간 격차는 뚜렷하다. 전날까지 코스피는 38.13%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22.82%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장기적으로 코스피 대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에는 양 시장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당시 코스피가 3316.08로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코스닥도 10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개인투자자의 테마주 열풍이 코스닥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코로나 상황 속 디지털콘텐츠·메타버스 주식이 코스닥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 사업 등 열기가 꺼지면서 코스닥 지수도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간의 격차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가 대기업 중심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온 반면 코스닥은 단기 테마에 좌우돼 장기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처럼 테마가 아닌 기술력과 실적 기반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 속 정부의 벤처투자 확대가 코스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40조원 규모 벤처투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면 중소·벤처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선 1~2차 벤처붐 당시에도 정부 차원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이 코스피를 아웃퍼폼한 바 있다”며 “특히 벤처투자가 집중되는 소프트웨어와 제약·바이오 업종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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