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을 시작한 가운데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실수요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 대책이 불과 두 달 만에 방향을 바꾸자 은행권도 대출 재개와 중단을 오가며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업대출 등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면서도 가계대출 시장의 혼란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8일 기준 763조3660억원으로 전월 말(762조8985억원) 대비 467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증가 폭은 약 260억원인데, 이는 8월(1266억원) 대비 약 80% 급감한 수치다. 특히 주담대는 지난 18일까지 329억원 느는 데 그쳤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든 건 정부가 6·27, 9·7 대책 등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영향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등 초강력 대출 규제를 발표했고, 통상 주택 매매일과 대출 실행일 간에 1~2개월 시차가 존재해 9월부터 본격적인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대출 등 생산적 금융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가계대출 규제로 실수요자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그간 시행해 본 적 없는 이례적인 고강도 규제를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규제가 과하다는 지적이 일자 다시 이를 완화하기도 했다.
예컨대 생활안정자금 목적인 주담대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은 6·27 대책에서 1억원 한도로 제한했지만 9·7 대책에서는 증액 없는 대환대출 허용으로 바뀌었다. 주담대는 대환대출 시 모두 생활안정자금으로 분류될 뿐 아니라 대부분 주담대가 1억원을 넘어 사실상 모든 대환대출이 막혔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이에 은행들도 최근 1억원 초과 주담대 대환대출을 막았다가 재개하고 있다. 지난 12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이 18일, KB국민은행이 19일 등 주담대 대환대출을 다시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이번 주 재개를 목표로 한다.
은행별로 별도의 추가 대출 제한을 두고 있는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들은 연간 대출 총량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리받고, 연말까지 당국에 제출했던 증가 목표치를 맞춰야 한다. 자체적으로 대출 제한을 강화했다 해제하면서 은행마다 구체적인 대출 방침이 달라진 상태다.
실제 대부분 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은 정부 방침대로 수도권·규제지역 내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조건부만 금지하고 있는데 신한은행은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기 보유주택 처분 조건 등도 취급 제한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면 가계대출 받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지 못하면 내년 사업에 영향이 있어 은행들도 별도 취급 제한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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