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주어진 특별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위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미국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특별 및 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으로, 이번 발언은 이와 별도로 중국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왔다.
WTO는 개도국에 특혜(SDT)를 제공한다. 여기엔 규범 이행 유예와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식량안보 등 분야에 대한 보호 조처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상대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었고, 산업 보조금 사용이 더 자유로웠다. 개도국 지위에 공식적인 기준은 없다. 가입국이 선언하면 지위를 얻고, 혜택을 볼 수 있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24년 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혜택을 누려 왔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수년간 노고의 결실"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번에 이같은 결정은 내린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며 중국과 다른 주요 경제국들이 개도국에게 부여되는 SDT를 포기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WTO 개혁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WTO 개도국 특혜 포기에 대해 "무역협상에 걸림돌이 돼 왔던 미국과의 논쟁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다.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WTO에서 (중국은 자국을) 여전히 개발도상국으로 간주하지만, 그 지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리 총리는 이날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디커플링'과 진영 대결은 글로벌 경제를 해치고 국제 질서를 파괴해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뿐"이라면서 "우리는 응당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을 수호하고 다자주의·자유무역을 견지하며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남북의 발전 격차가 더 두드러졌는데, 그 배후에는 권리·기회·규칙의 불평등과 불공정이 있다"며 "일부 선진국은 개발 자금 조달 등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국제개발기구에 자금 공급을 끊어 글로벌 남북 협력을 상당한 정도로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선진국은 의무를 이행하고 개발도상국의 수요를 더 많이 신경 써서 발전 불균형·불충분의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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