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프라퍼티즈 호찌민시(롯데)가 8년 동안 추진해 오던 투티엠 에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이 공백을 베트남 대형 복합기업인 선샤인 그룹이 메우기 위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매체들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22일 투티엠 에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재정적 부담과 복잡한 법적 절차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했다.
◆ 롯데, 8년 기다린 끝에 쓰라린 계약 종료
롯데가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롯데는 2017년 프로젝트 시행 계약 체결 이후부터 2025년 6월 30일로 예정된 토지 평가 절차 완료까지 8년 동안 투자자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토지 평가 문제가 발생하며 사업은 지연됐고 투자 비용은 증가했다. 법적 기준도 계속 변경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롯데는 당국과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하며 투자 구조와 일정 변경을 요청했지만, 호찌민시는 약 16조 동(약 8560억 원) 규모의 토지 사용료 납부를 요구했다. 이는 총 예상 투자액 약 20조 동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결국 롯데는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하며 2022년 8월 24일 승인된 토지 할당 및 임대 결정을 반납하겠다고 제안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투티엠 도시개발지역 기능구역 2A의 5만㎡ 규모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었다.
롯데는 1997년부터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2017년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9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롯데 측 자본금 4조200억 동(약 2200억 원)으로 설립됐다. 주주는 모두 롯데 계열사였다. 2025년 1월 기반시설 공사가 시작돼 2028년 8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진척은 펜스 설치와 부지 정리에 그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내에서는 자국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판 반 마이 호찌민시 경제재정위원장은 이번 상황을 "낭비"라고 지적하며 "롯데의 사례로 인해 외국 자본의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 반 쩐 호찌민시 법과대학교 강사도 "롯데 철수로 토지 활용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이미 착공된 핵심 부지가 방치될 경우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 사례를 보고 호찌민시 프로젝트 수주를 주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선샤인 그룹, 인수 나섰지만 재무 리스크 과제로
이런 가운데 선샤인 그룹과 DIA 투자 주식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티엠 프로젝트 인수에 나섰다. 선샤인 그룹은 도안뚜언 회장이 이끄는 대기업으로 부동산, 기술, 건설, 교육, 금융, 미디어 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 DIA는 2005년 설립된 하노이 소재 부동산 회사로 선샤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월 선샤인 그룹 이사회는 DIA 보통주 1억1500만 주를 인수해 지분 51.11%를 확보했다.
선샤인 그룹은 2024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2025년 매출 5조~6조 동, 세전 이익 8000억~1조2000억 동을 목표로 세웠다. 노블 팰리스 롱비엔을 비롯해 노블 팰리스 떠이호 등 주요 부동산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 가구의 주택을 분양할 계획이며, 이 부동산 상품들의 가치는 총 10조 동(약 535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은 부진했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6490억 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고, 세전 이익 역시 1210억 동으로 전년의 17%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선샤인 그룹은 롯데 철수 이후 투티엠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재무적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상반기 실적 부진과 부채 확대는 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우려를 더하고 있으며, 이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투티엠 사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단순히 한 기업의 도전을 넘어 베트남 부동산 시장과 외국인 투자자 신뢰에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호찌민시의 핵심 지역에서 추진되는 초대형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국제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업의 향방은 베트남 투자 환경의 안정성과 매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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