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41) 베트남 독립 80년, 통일 50년에 "민족 부흥의 신기원"에 서다

  • 'GDP 34배' 도이머이 기적…이젠 성장의 외투(외국 투자) 벗을 시간

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독립 80년, 통일 50년을 맞은 베트남
 
베트남은 올해 독립 80년, 통일 50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축하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먼저 4월 30일 호찌민시에서 '남부 해방, 국토 통일 50년' 축하 행사를 열었다. 각 군부대와 공안 등 ‘무장역량’ 및 민간단체는 시가행진을 벌여 통일궁 앞으로 집결했다. 50년 전 그날 북베트남의 탱크들이 그곳으로 쇄도했던 일을 재연하는 듯했다. 병사들은 탱크 대형을 이뤄 통일궁으로 향하는 모습을 재연하기도 했다. 여기서 탱크를 비롯한 지상 무기 퍼레이드는 펼쳐지지 않았으나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축하비행을 했다. 이들은 열병식을 통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국가의 역량을 보였다. 이 열병식에는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의 군인들이 우정 출연했다. 시민들은 연도에서 행진하는 병력에 환호를 보냈다. 정치지도자들도 베트남 국기와 남베트남해방전선(NLF)기를 함께 흔들며 환호했다. NLF는 통일 전 남부에서 남베트남 정부에 대항한 세력이었다. 그 깃발은 1975년 통일 직후 베트남 남부에서 휘날렸지만 이내 공식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분단 시기에 남부에서 활동한 저항세력은 곧 잊혔다. 이는 1976년 전국 총선거 후 국회가 통일국가로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선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통일을 축하하는 노래 중에 찐꽁선이 통일 이전에 지은 '크게 팔을 연결해 엮자(Noi vong tay lon)'라는 노래도 함께 불렸다. 베트남인의 단결을 염원하는 노래다. 찐꽁선은 분단 시기 남베트남의 작곡가로 반전 가요와 서정적 대중가요를 작곡한 음악인이다. 통일 50주년에 호찌민시, 즉 옛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에서 펼쳐진 공식행사에서 NLF 깃발이 휘날리고 남베트남의 대중가요가 통일의 대표곡처럼 불린 것이다. 이는 통일에 공헌한 남부 사람들을 기리는 뜻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베트남은 9월 2일 하노이에서 '8월 혁명 성공과 국경일 80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8월 혁명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기회를 맞은 베트남이 베트남독립동맹 주도로 독립을 달성한 혁명운동을 말한다. 그 이전 1941년에 베트남 독립운동 세력은 사회주의자 주도하에 베트남독립동맹(베트민·월맹)을 결성해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 지배에 저항해왔다. 마침내 1945년 9월 2일 베트남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식민지 복구를 획책해 베트남은 프랑스에 저항해 1954년까지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을 치르게 됐다. 베트남은 1954년에 분단되며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했다.
독립 80주년 기념식은 바딘 광장에서 전개된 군과 공안 병력의 열병식과 탱크, 미사일 등 지상 무기 퍼레이드, 헬리콥터와 전투기 편대 비행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군은 하노이에서 지상 및 창공의 군사 퍼레이드와 함께 남부 깜라인 해상에서 군함과 전투기로 해상 퍼레이드를 연출했다. 이는 육해공 방위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동시에 남중국해(베트남 동해)에서 해양영유권을 지키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읽힌다. 이 열병식에도 베트남 민간단체들과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에 더해 러시아 군인들이 우정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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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혁명 성공과 국경일 80주년 기념행사 사진=베트남 정부전자신문


 
 '베트남 민족 부흥의 신기원' 선포
 
베트남은 독립 80주년, 통일 50주년을 맞으며 기념식을 통해 간난신고로 이뤄낸 현 베트남의 발전상을 자축했다. 오랫동안 전쟁 상황에 처해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베트남이 중소득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집행한 개혁의 성과였다. 베트남은 국내총생산(GDP)을 1985년 141억 달러에서 2024년에 4764억 달러로 개혁 40년 만에 34배 증가시켰다. 이로써 세계 35위, 동남아 11개국 중 4위 경제력을 지닌 국가로 성장했다. 베트남은 2024년에 1인당 GDP 4700달러를 달성했다. 베트남의 인간개발지수(HDI)는 2023년에 0.766으로 세계 93위, 동남아 5위에 위치하게 됐다. 빈곤율도 5% 이하로 떨어뜨렸다. 군사력에서는 베트남이 세계 23위,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2위에 올라 있다.
 
베트남은 경제발전 속도를 높여 독립 100주년인 2045년에 1인당 GDP 1만4000달러 이상의 고소득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치지도자들은 올해 들어 '베트남 민족 부흥의 신기원'을 선포했다. 이는 그간의 독립, 자유, 사회주의 건설의 시대, 도이머이의 시대에 이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산당과 정부는 국가발전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 발전, 디지털 국가로 전환, 민간경제 발전, 국제적 통합 확대, 에너지 안보 확보, 교육제도 쇄신, 국민 건강 증진 등이 포함된다. '신기원'의 출발점은 내년 초에 열릴 제14차 공산당대회일 것이다. 이변이 없다면 제14차 당대회는 2026년 1월에 열릴 예정이다. 당대회를 몇 달 앞둔 지금 공산당과 정부 각 기관이 '신기원'에 담을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 베트남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제 경제 상황은 호전돼 안정적 성장 단계로 바뀌었다. 올해 외국인투자도 증가하여 8월까지 투자승인액이 2019년 같은 기간 수준을 뛰어넘었다. 외국인투자 순위에서 누계로 계산하면 한국이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부터 싱가포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은행이 올해 베트남 GDP 성장률을 6.5% 이상으로 보고 있듯이 베트남 경제성장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그러나 베트남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수출의 70%를 외국인투자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베트남 국내 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그간 전자산업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전했지만 국내 기업으로 기술 이전은 지체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부품 국산화 비율은 동남아 타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베트남이 지금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부문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문이 국내 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효과적 방안을 마련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정부는 민간기업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고 경쟁력 있는 베트남 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국영기업의 비효율을 극복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지만 이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정경유착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인프라스트럭춰 확충도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호찌민시 인근 롱타인 신공항 공사가 많이 진척됐고, 하노이 동쪽 박닌성 자빈 신공항 건설이 시작됐다. 공항과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편 건설은 지체되고 있는 듯하다. 한편 남북 고속철 건설에는 베트남 국내 기업들이 참여자로 나섰으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외국인투자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하여 상호 협력하에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베트남이 경제발전과정에서 부닥칠 난관도 적지 않다. 베트남이 개발도상국으로서 경제발전과정에서 외국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큰 과제다. 베트남 정치지도자를 비롯한 정책결정자들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상호 협력이 양자 모두의 이해에 부합하도록 효과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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