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소부장, 기술정책 넘어서 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소부장 주요 지표 현황 자료소부장넷
소부장 주요 지표 현황 [자료=소부장넷]
지난 25년간 일본을 추격하며 '가마우지 구조 극복'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돼 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이 앞으로는 생존을 위한 전략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8일 '소부장과 공급망: ‘진짜성장’과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산업정책 변화와 중국의 소부장 고도화로 인해 한국 제조 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기술 중심의 단기 대응이 아닌 산업 정책 중심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5년간의 소부장 정책을 평가하며 앞으로는 생존을 중심에 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기존 국산화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부장 정책은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으로 시작됐으며 약 5조4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준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가 계기로 그간 소부장 산업의 숙원이었던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등 첨단 소부장의 국산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됐다"며 "우리 소부장의 고질적 문제였던 가마우지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21년 발생한 '요소수 대란'은 첨단 소부장에 국한된 공급망 문제를 범용 소부장으로 확장시키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주영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현재 우리 소부장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전례없는 환경"이라고 규정하며 "각각의 상황이 소부장 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채찍(관세)과 당근(산업정책)을 양손에 들고 글로벌 산업 지형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로 국내 소부장 생태계가 양적·질적으로 상당한 공백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첨단제조 굴기는 더욱 구조적인 위협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원재료부터 최첨단 부품까지 통합된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제조 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소부장 수입 의존도는 2012년 23%에서 2024년 29.5%까지 증가해 의존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준 선임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소부장 정책은 생존 중심의 생태계 재편,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국민이 체감하는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발 관세와 산업정책 변화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지원과 북미 진출을 위한 정책 패키지,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제조전환, 전략 소부장 육성 등으로 구조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고도화된 소부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동시에 활용도 할 수 있는 전략 소부장을 개발·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우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품목, 경제안보 차원에서 다시 확보해야 할 기술, 중국의 고도화 흐름을 역이용할 수 있는 분야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제는 소부장과 공급망을 기술정책적 차원의 접근보다는 국가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며 "산업별 미래 전략에 따라 투자, 규제, 인재, 입지, R&D, 조세·재정 간 정책 조합을 산업별 소부장 생태계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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