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골 마을, 조부모가 키우는 아이들의 그늘

  • "집중력 부족 산만한 경우 많아"… 학교와 부모의 역할 더 중요해져

  • 기본 돌봄은 가능하지만 정서적·사회적 발달의 공백은 점점 커져

생계를 위해 자녀를 두고 외지에서 생활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가운데 이런 양육 방식은 아이들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베트남 통신사
생계를 위해 자녀를 두고 외지에서 생활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가운데, 이런 양육 방식은 아이들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 농촌 마을에서는 부모가 생계를 위해 도시나 해외로 떠나고 아이들이 조부모와 지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육 방식은 아이들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청년신문 보도에 따르면 닥락성의 여러 마을에서는 부모가 외지에서 일을 하며 가정을 유지하는 동안 아이들이 조부모의 품에서 자라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조부모들은 밭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손주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 데려오는 정도의 돌봄만 가능하다. 아이들의 교육과 일상 대부분은 학교에 의존하고 있으며 조부모는 자신들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손주를 키우지만 현실적으로 세심한 관리에는 한계가 따른다.

닥락성 꾸니 마을의 팜 티 투이 씨는 “엄마가 저를 낳고 호찌민시로 일을 하러 가셨다.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지냈고 지금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엄마가 그립고 안타깝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부모 부재의 현실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 정서적·사회적 발달의 공백

전문가들은 부모 부재가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은 애착이 약하고 감정을 공유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가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 또한 점점 어려워진다.

하노이 국립대 사회과학대학교 심리학부 응우엔 반 루엇 교수와 응우엔 바 닷 교수가 2017년에 발표한 연구 '농촌 지역 노동 이주 부모를 둔 남겨진 아이들의 심리'에 따르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동들은 심리적·행동적 어려움에 자주 직면한다. 이들은 산만하거나 과잉 행동을 보이고 슬픔, 불안, 외로움을 자주 경험한다. 또래와 어울리기 어려워 고립되기 쉽고 충동적이며 반항적이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학업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닥락성 에아 까 지역의 응우엔 반 끄 초등학교에 있는 팜 티 니엔 교사는 “부모가 외지에서 일하는 동안 조부모와 지내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경제적 상황은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부모의 지지가 없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부족하고 수업 내용을 자주 잊으며 장난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골 조부모들은 나이가 많아 휴대폰 사용에 서툴다. 그러나 학교 공지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다. 부모에게 직접 연락을 드리기도 하지만 거리와 근무시간 때문에 원활히 소통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일상은 단조롭다. 꾸니 마을의 팜 티엔 씨는 “손주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해주는 정도”라며 “어릴 때부터 가족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었고 아이를 위해 따로 요리를 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휴일에는 혼자 나가서 놀고 나는 바빠서 공부를 봐줄 시간도 없다”고 전했다. 이는 기본적인 생계는 유지되지만 성장기에 필요한 정서적·사회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이의 전인적 발달에는 영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발표된 '아동의 전인적 발달: 영양 중심 모델을 넘어 심리사회적 자극을 통한 접근'을 살펴보면, 아동들이 영양 공급만 충분하다고해서 긍정적인 발달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말하기, 듣기, 놀이, 예술·공예 참여와 같은 심리·사회적 자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부모와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자극이 부족해 장기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학교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팜 티 니엔 교사는 “단순히 학업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며 필요할 경우 매일 격려를 통해 학습 의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닥락성 레 딩 찐 초등학교의 교감 쩐 반 깐 씨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생활을 세심히 살피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많은 교사들이 조부모나 친척들과 꾸준히 연락한다”며 “이런 밀착 관리는 아이들이 학업 동기를 유지하고 학교에 애착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역할은 대체될 수 없다. 쩐 반 깐 교감은 “부모는 가능하다면 매일 아이들과 연락하며 정서적 유대를 유지해야 한다”며 “시간이 허락된다면 직접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부모와 충분히 대화해 양육 방식과 관심 표현에 합의를 이뤄야 아이가 일관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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