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표는 최근 AJP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수요를 기다리기보다 앞서 포착해 한국 자본과 연결해야 한다”며 “이 같은 선제적 접근이 한국 IB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문화 산업 등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지만, 금융 부문은 여전히 일부 동남아 국가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국내 기업금융 중심의 보수적 관행과 제한된 해외 진출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온 한국 IB 구조는 내향적 성격이 강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진정한 블루오션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K증권의 글로벌사업부를 장기적 관점에서 대형 전략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증권 글로벌사업부는 리투아니아 재무부의 자문을 맡는 한편, 인도네시아 대형 은행 매각 주간, 동남아 의료그룹 투자, 식량안보지구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미국 컨소시엄과 국내 조선소 간 MRO(정비·수리·운항) 분야 상호투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한 대표는 JPMorgan, RBS, CGS-CIMB 등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았으며, 지난해 SK증권 글로벌사업부 대표로 부임한 이후 조직 개편과 해외 네트워크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사업부는 트레이딩, 브로커리지,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서도, “올해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거래를 우선 추진하고, 오프쇼어 사업은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역별로도 세분화된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인수합병(M&A), 라이선싱, 부동산 등 전략적 가치가 높은 핵심 시장”이라며 “첨단 제조업, 반도체, 인공지능(AI), 조선, 방산, 원자력 분야가 가장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은 이미 세계 최대 음악 IP 투자사인 ‘프라이머리 웨이브(Primary Wave)’의 한국 로드쇼를 주관했고, LA골프 파트너스(LA Golf Partners)의 자금 조달에도 참여했다.
그는 또 “동남아시아는 M&A 및 소비재 산업의 중심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K콘텐츠·화장품·지식서비스 분야의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인도는 제조와 금융 부문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정치·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초저금리 환경에 대해서는 “일본 자본과 한국 기술이 결합하면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GCC) 지역과 관련해서는 “과거처럼 현금이 풍부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신중히 선별해야 한다”면서 “건설·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이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금융 전문성 못지않게 문화적 감수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영국에서 16년간 근무하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현지의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하는 것이 시장 데이터를 읽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점이었다”고 회고했다.
한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 관광부가 주최한 서울 행사에서 “일반 리조트 대신 한국인의 은퇴 수요에 맞춘 ‘실버타운’을 조성하고 이를 동남아 부유층의 의료관광과 연계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끝으로 시장 전망과 관련해 그는 “올해 강세장을 보인 글로벌 시장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면서도 “AI, 반도체, 방산, 조선, 원자력 등 일부 핵심 업종은 내년에도 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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