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국감] 세계의 눈 경주 향하는데 기업인들은 국감장에…증인 소환 '역대급'

  • 올해 190명으로 '신기록'… '기업인 괴롭히기' 재연 우려 제기

  • 'APEC CEO 서밋' 28일 개막…의장 최태원 정무위 증인 채택

  • 전문가 "권력 과시·후원금 목적…증인 채택 실명제 도입해야"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2025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2025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에 국내 주요 기업인 약 200명이 증인으로 출석할 전망이다. 지난해 159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로 여야 합의와는 달리 '기업 때리기식' 국감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 채택된 증인 370여 명 중 기업인은 190명으로 절반을 훌쩍 웃돈다. 아직 증인·참고인 채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임위원회까지 포함하면 국감에 증인으로 나오는 기업인 수는 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증인 510명 중 기업인이 159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그 기록을 돌파했다.

문제는 국회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개막일과 겹치는 일정에 주요 기업인을 국감장으로 불러들인다는 점이다.

당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비금융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 회장 출석일은 오는 28일로 경주에서 열리는 CEO 서밋 개막일과 겹친다. 행사장에서 해외 기업인들을 맞이해야 할 최 회장이 국감장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도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 회장은 협력사인 이수기업 노동자 집회와 책임 경영 문제로 행정안전위원회에, 정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 합작 법인의 소비자 정보 보호 방안에 대한 설명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각각 출석을 요구받았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10대 건설사 중 8개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산업재해로 논란을 일으킨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사장을 비롯해 허창수 GS 명예회장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정경구 HDC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이 포함됐다.

여야 지도부가 이번 국감과 관련해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마구잡이로 신청하지 말자"고 했으나 허울뿐인 말에 그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감 역시 '정책 국감'보다는 '기업인 괴롭히기' 국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 장시간 대기시켜 놓고 질의조차 하지 않거나 현안과 관계없는 질문을 던지는 관행이 반복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감이 정치 후원금 모금 장소, 스타 정치인 데뷔 무대 등으로 변질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기업인들을 불러서 호통치고 야단치고 얼차려시켜야 후원금도 받고 지역구민들한테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며 "APEC 같은 행사는 큰 국제 행사인 만큼 최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행동 등은 국익을 생각해서라도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증인으로 재벌들을 부르는 것은 의원들이 '내가 이 정도 힘이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어떤 의원이 어떤 증인을 신청했는지 밝혀지지 않도록 해 과시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면서 '증인 채택 실명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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