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찾은 중국 유명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撈)의 베이징 싼리툰점. 단순한 훠궈집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밤이 되면 마치 클럽을 연상케 하는 공연도 선보인다.
저녁 9시가 되자 가게 내부에 마련된 무대에 현란한 조명이 깜박이면서 남성 DJ들이 K팝을 비롯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런데 옷차림이 심상치 않다. 민소매 상의에 고양이 귀부터 목에 달린 방울, 고양이 꼬리까지, 고양이로 코스프레한 남성 DJ는 손님을 향해 윙크를 하고 손하트를 날리고 심지어 상의를 들어올려 복근을 노출하는 등 팬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약 15분 남짓 이뤄지는 남성 DJ의 과감한 퍼포먼스에 여성 손님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열광한다.
올 초 광저우에서 첫선을 보인 하이디라오의 '나이트클럽(夜店)' 테마 매장은 현재 베이징·상하이·항저우 등 주요 대도시 약 30여 곳 매장으로 확대돼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다. 하이디라오의 여성 팬을 공략한 '나이트클럽' 마케팅에 전국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하이디라오가 경쟁자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일각에선 '남색(男色)경제'라 일컬으며 남성 성(性) 상품화 논란도 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이디라오가 훠궈와 나이트클럽을 결합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하이디라오가 '진정한 음식남녀(飮食男女)'를 실현했다고 표현했다. 음식남녀, 중국 예기(禮記)에 나온 말로, 먹고 마시고 남녀 간에 사랑하는 일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라는 뜻이다.
훠궈 테마 호텔까지...외식업 新패러다임 구축

하이디라오는 지난달 10일 광둥성 선전시 한 매장에서는 반려동물 친화 매장도 선보였다. 일반 손님과 별도로 반려동물 동반 손님 전용 입구와 구역을 만들어 10여 개 테이블을 배치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손님은 입장할 때 반려견 등록증과 예방접종 기록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전용 메뉴와 일회용 식기 제공은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촬영해주는 서비스도 체험해볼 수 있다.
이는 중국 내 급증하는 반려동물 인구를 겨냥한 마케팅이다. 이 매장은 오픈 당일 하루에만 반려동물 동반 손님 40여팀, 주말에는 150팀이 방문하는 효과를 냈으며 국경절 연휴 기간엔 주요 대도시에 추가로 반려동물 친화 매장을 신설했다고 중국 매체 재경망은 전했다.
하이디라오는 국경절 연휴를 겨냥해 결혼식 피로연, 가족 잔치 수요를 겨냥한 연회 테마 매장도 선보였다. 허베이성 스자좡시의 한 하이디라오 매장은 국경절 연휴 첫날인 1일 약 50개 테이블 전석을 예약해 결혼식과 함께 피로연이 진행됐다. 하이디라오는 앞으로 연회 테마 매장을 차츰 늘려나가며 각종 비즈니스 행사나 가족 모임, 결혼식 졸업식 생일잔치 등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디라오는 글로벌호텔체인 IHG(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와 쓰촨성 청두에 훠궈를 테마로 한 호텔 개장도 준비 중이다. 훠궈 테마 객실과 훠궈 룸서비스를 통해 투숙객이 객실에서 바로 훠궈를 맛볼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하이디라오의 주 고객층이 도시 중산층과 젊은 세대라는 점을 겨냥해 호텔 사업에도 진출한 셈이다.
시대 트렌드를 앞서 나가는 하이디라오로선 새로운 성장점을 모색하고 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과감한 시도를 선보인 것이다.
1년새 14개 신규 브랜드 론칭...브랜드 생태계 확장
실제로 하이디라오는 고깃집·치킨집·바비큐 브랜드까지 신규 론칭하면서 브랜드 생태계도 무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새로 오픈한 고깃집 '옌칭카오러우푸쯔(焰請烤肉鋪子)', 치킨브랜드 '샤오하이아이자(小嗨愛炸)', 생선요릿집 '먀오탕주(喵塘主)', 그리고 하이디라오 훠궈 하위라인 브랜드 '샤오하이훠궈(小嗨火鍋)'와 '먀오스슝샹궈(苗師兄香鍋)', 회전식 샤부샤부 전문점 쥐가오가오(擧高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해 8월 하이디라오 그룹이 발표한 '홍석류 계획(紅石榴計劃)'에 따른 것이다. 붉은 주머니 속에 가득 들어있는 석류알처럼, 하이디라오 그룹 산하에 더 많은 요식업 브랜드를 육성해 다양한 고객층 수요를 겨냥하는 동시에 외식업계 서비스 혁신을 촉진한다는 게 홍석류 계획의 목표다. 30년간 이어진 하이디라오의 조직 관리 및 공급망 비즈니스 개발 이점을 기반으로 더 많은 하위 브랜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시대재경에 따르면 최근 1년새 하이디라오는 산하에 14개 요식 브랜드를 론칭해 총 126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하이디라오의 올 상반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본업(하이디라오) 이외에 '기타 레스토랑 수익'은 5억 9700만 위안(약 1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27% 증가했다.
사실 하이디라오의 정체성은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외식업의 마케팅 패러다임을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비스도 제품이다'라는 철학으로 아직 서비스 정신이 전무했던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무료 네일케어·안경닦이·헤어밴드 제공 등 당시 중국 외식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체험 마케팅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요식업계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에는 매장을 콘텐츠화하고 직원들의 퍼포먼스를 밈(Meme·유행 콘텐츠)으로 확산시키며 '참여형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