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뒤 1430원 뚫은 환율…"당분간 1400원대 지속"

  • 원·달러 환율, 11일 야간장서 1432원까지 치솟아

  • 주요 통화 약세·트럼프 등 글로벌 리스크 직격탄

  • "엔화 연동에 위험회피 심리…약세 깊어질 수 있어"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휴 직후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급등하면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유럽과 일본의 통화 약세에 미·중 갈등 격화까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선 이달 중 한·미 정상회담 및 미국 셧다운(부분적 업무정지) 경과가 향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1.0원 뛴 1421.0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4월 30일(1421.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11일 야간장에서는 한때 1432.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번 급등세는 연휴 기간 누적된 글로벌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유로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가 달러 강세를 자극하며 원화 환율을 끌어올렸다.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사임하면서 정치 불안이 커지자 유로화가 약세로 돌아섰고,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선출 이후 '아베노믹스 부활' 기대감이 퍼지며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대폭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국내 요인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연휴 기간 내국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가 집중되면서 달러 수요가 증가했고, 한·미 관세 협상 지연에 따른 통상 리스크도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문제는 위험회피 심리로 인해 달러 강세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도 환율이 1400원대에서 등락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420원을 돌파한 만큼 단기적으로 상단을 넓힐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 강달러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 약세와의 연동성이 높아 당분간 1400원선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위험회피 심리로 원화 약세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월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화 안정에 우호적인 신호가 나올 경우 환율이 다시 하향 안정세로 전환될 공산이 높다.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과 레벨 부담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 폭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 후퇴 등에 기반한 엔화 절하와 이에 동조화된 원화 약세는 과도해 보인다"며 "원화 약세를 심화시킨 요인들이 해소되면서 연말께 원화는 1400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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