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기존 4가에서 3가로 전환되면서 제약사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을, 4가 백신은 여기에 B형 바이러스 야마가타 계통을 추가로 예방하는 제품이다. 2020년 이후 야마가타 계통이 검출되지 않자, 비용과 생산 효율을 고려해 해당 항원이 제외된 3가 백신이 다시 주력으로 떠올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사업에 공급되는 국내 제약사 독감 백신은 모두 3가 백신으로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백신V' △GC녹십자 '지씨플루'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 △일양약품 '일양플루백신' △한국백신 '코박스플루PF' 등 5개 품목이다.
참여사들은 정부 조달 물량을 확보해 일정 수준의 매출을 확보했지만, 3가 전환으로 공급 단가가 낮아지며 이로 인한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4가 백신 계약 단가는 도즈당 1만340~1만810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3가 백신 단가는 9339~9660원으로 약 10% 낮아졌다. 원가와 유통비용을 고려할 때 이익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4가 백신에서 3가 백신으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효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가 백신이 4가에 비해 면역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국외 연구에 따르면 3가 백신과 4가 백신은 면역 반응 수준이 동일하다"며 "항원 수가 줄어든 만큼 단가가 낮아졌을 뿐, 효능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은 3가 중심의 생산 효율화와 고령층 맞춤 백신 개발 등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GC녹십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고면역원성 3가 독감 백신을 개발 중으로, 내년 상반기 국내 제2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3가 전환으로 단가가 낮아졌지만, 접종률 증가로 영향이 일부 상쇄될 것으로 본다"며 "백신사업부 전체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기존 4가 백신인 보령플루V테트라백신주,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 공급을 중단하고 3가 백신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 변동이 있더라도 차세대 백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백신 시장은 기술력 중심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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