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불법 사기단지에서 범행에 연루됐다가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전세기로 송환되면서 경찰이 이들의 가담 경위와 범죄 조직 간 연결 고리를 밝히는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는 폭행과 협박 속에 강제로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경찰은 피의자별로 가담 정도와 피해 여부를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송환된 64명을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전국 경찰관서 10여 곳으로 분산해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 충남경찰청이 45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북부청 15명, 서울 서대문·대전·경기남부(김포)·강원(원주) 각 1명씩을 맡았다. 경찰 호송 인력만 190여 명이 동원됐고 피의자들은 현재 1대1 조사 체계 아래 유치장에 분산 수감된 상태다.
경찰은 각 피의자를 대상으로 현지 역할, 피해자와 접촉했는지 여부, 송금 지시 체계 등을 중심으로 집중 조사 중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넘겨준 체포 기록, 통화내역, 계좌 기록, 압수된 휴대전화·노트북은 국내 디지털포렌식센터로 옮겨 분석하고 있으며, 일부 피의자에게선 콜센터 운영이나 자금 관리 등 적극적 가담 정황이 포착된 반면 일부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폭행·감시를 당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송환자들을 △감금 피해 정황이 있는 자 △단순 통장 제공자 등 주변 가담자 △적극적 공범 등으로 분류해 사실관계를 가리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사기 혐의가 주요 수사 대상이며, 조직적 활동 정황이 뚜렷하면 범죄단체 조직·가입죄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체포 순서나 형식적 혐의가 아니라 피의자별 역할과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경찰청은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과 연관성 때문에 45명을 집중 배당받았다. 현재 충남 천안, 서산, 홍성, 보령, 공주 등 5개 경찰서 유치장에 분산 수감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조직 내 위계, 국내외 송금망, 피해자 접촉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경기북부청도 의정부, 일산, 남양주, 포천 등 4개 경찰서에 피의자를 분산 수감한 상태에서 수사관 50여 명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나머지 지역 경찰서도 각기 관련 사건 기록과 대조해 단지별 조직 구조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 수익이 국내에 유입된 정황도 조사 중이다. 일부 피의자는 대포통장을 통해 돈을 인출했거나 해외 가상자산 계좌로 수익을 전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으며 일부 사건에 대해선 마약 투약 여부 검사도 병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전화금융사기 사건이 아닌 ‘인신매매-사기-자금세탁’이 결합된 복합 범죄로 규정하고 각 사건의 실체에 맞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가담 정도와 피해 여부를 명확히 구분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동시에 향후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수사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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