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하고 오는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할 계획이다.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는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 각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의미한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안에는 온실가스 60% 이상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목표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정부 대책도 미비한 상황에서 감축 속도만 높아지는 점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EU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의 경우 업황 악화로 탄소중립과 관련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발 고율 관세 여파와 장기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이미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는 전기로 전환을 추진하며 감축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나, 설비 투자비만 수조원대에 달해 단기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도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Naphtha) 기반 공정 특성상 절대 배출량 감축이 어렵고, 대체 원료 확보도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정 효율화 수준을 넘어 제품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꿔야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설비 구축 및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유업계 역시 원료와 제품이 모두 탄소 기반이고 제품 생산 과정에 다량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확대 움직임이 커질수록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정유 산업은 화석 원료인 원유로부터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화석 연료와 나프타, 올레핀 등의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연간 300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업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규제 중심의 정책은 탄소 감축은커녕 국내 제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매우 급진적이고 과도하다"며 "목표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게 이행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인데, 지금의 정책은 과학적 근거도 경제적 파급효과도 고려하지 않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대로라면 철강·석유화학 등 한국 제조업 핵심 산업들이 급등한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결국 그 부담은 일반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감축 속도만 앞세울 게 아니라, 기술개발과 인프라 투자 지원을 병행해 지속 가능한 감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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