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판 감독원 시대] 감시, 조사부터 수사까지…'부동산 거래' 사각지대 없앤다

  • "거래 투명화 등 역할 기대"…국민 자산 70% 감시하는 '빅브라더' 출현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집값 띄우기', '다운계약' 등 부동산 불법행위를 감시할 단독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나서는 것은 공급 확대를 넘어 부동산 시장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의 주거권·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세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등 시장 교란 행위까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국내 자산 구조 상황과 집값 불안 속 정부의 부동산 감독 기능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빅브러더' 논란 속 감독기구 설치가 좌초된 사례가 있는 만큼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조사·수사 관련 조직인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 신설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부동산감독원(가칭)이 부동산 시장 감시, 자금 출처 조사 등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감독기구는 시장 관리 감독과 조사는 물론 독자적인 수사 기능까지 부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자 오랜 기간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조직과 예산 등에 있어 강력한 추진 동력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2021년 7월 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해 금융감독원에 준하는 부동산 감독 기구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분석기획단의 조사 기능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수사까지 연계되는 강력한 기능이 부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감독기구 설치를 본격화한 것은 가격 띄우기 등 관련 불법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 지자체, 국세청 등 담당 기관의 관리가 나눠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계약서와 관련된 문제는 국토부가 법률에 따른 총괄부처이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 신고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및 고발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국세청은 국토부와 지자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세금 탈루 여부 등을 조사하는데 사후 적발이라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주택시장으로의 수요 쏠림 현상이 지속되며 가계의 자본 대부분이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국내 상황과 시세 조정, 허위 매물, 가격 띄우기 등 시장의 불법행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3년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6%에 달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28.5%), 일본(37%), 영국(46.2%) 등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전세사기 범죄를 비롯해 시세 조정, 허위 매물, 가격 띄우기 등 시장의 불법행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부동산이 워낙 여러 부처가 관련된 부분이라서 한 부처에서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전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감독기구가 잘 운영된다면 시장 거래 투명화, 위험성을 낮추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도 여전하다. 단순한 감독기구가 아닌 국민의 부동산·금융·세무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전방위적 감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른바 '빅브러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도 지난 7월 발표한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부동산 소비자 보호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조회·활용하는 기관의 업무 성격을 명확히 하고 원활한 인력 공유를 위한 공조, 탄력적 조직 운영 방안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직 신설로 인해 부동산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를 실시간으로 정부가 감시하게 되면 오히려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조직의 규모, 영구성 등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세밀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