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관세 인하와 블랙리스트 기업 제재 완화를, 중국은 희토류 공급과 대두 구매를 약속하며 합의를 이뤄냈다. 양국은 핵심 쟁점을 놓고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였지만, 양국 정상 모두 미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미중 무역전쟁 확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주고받기식 거래'...희토류·항만稅·기업 제재 '1년 유예'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6년 4개월 만에 마주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시작부터 서로를 치켜세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강력한 협상가", "위대한 국가의 위대한 지도자"라며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이라고 칭찬했다.
시진핑 주석도 가자지구와 세계 분쟁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며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 마가)'를 언급하며 이는 중국의 발전과 함께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이날 회담에선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5차 무역협상 이후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됐던 내용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더 많은 합의를 이뤄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절반으로 인하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앞서 예고됐던 내용이었다.
여기에 중국 상무부는 이날 회담 후 앞서 말레이 회담 합의안에선 공개되지 않은 추가적인 합의내용도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자국 수출통제 명단(블랙리스트)에 있는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동일하게 수출통제를 적용하는 제재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미중 양국이 지난 14일부터 부과해 온 상대국 선박에 대한 고액의 항만료도 1년간은 물리지 않기로 했다.
대만·반도체 등 핵심쟁점 '이견'도...갈등 재점화 우려
다만 양국은 핵심 쟁점이었던 대만 문제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등을 놓고서는 여전히 이견이 크다는 점도 보여줬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엔비디아 최신 고성능 AI칩 ‘블랙웰’의 중국 판매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간 핵심 의제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시진핑 주석과 논의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또 그가 "이는 1년짜리 합의다. 매년 이를 연장할 것"이라고 한 점도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희토류,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양국은 수차례 고위급 협상을 통해 고율관세 일시 유예 등 타협안을 마련해 왔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갈등을 일부 봉합하며 무역전쟁 확산을 막고 최소 1년이라는 시간도 벌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향후 미중간 더 넓은 범위에서 협력할 의지도 내비쳤다. 시진핑 주석은 “양국은 앞으로도 불법 이민 및 통신 사기 방지, 자금 세탁 방지, 인공지능(AI), 전염병 대응 등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련 부처는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해진 習...협상 주도권 차츰 확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희토류와 대두 구매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희토류 통제로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 첨단 방위산업, 그리고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으로 불만이 커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고 어떤 불확실성도 침착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능력을 대내외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희토류와 같은 공급망의 핵심고리를 미국을 견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등 협상 주도권을 차츰 확보하며 트럼프 1기 때 주로 ‘방어’에 주력했던 것과 협상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1기때 무역전쟁을 겪은 중국은 그간 기술 자립자강을 더 강조하고 수출보다 내수를 중시하는 '이중순환' 전략을 추진해 기술 혁신과 시장 회복력 강화해 미국 핵심기술에 대한 의존도 줄이는 데 주력해온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한 관변학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는 양국 간 세력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국이 '역동적 균형'에 도달했으며, 이러한 균형은 한 쪽이 희토류나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다른 쪽의 독점을 깨뜨릴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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