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75m 도로가 라면 레스토랑으로... '구미라면축제' 가보니

  • 구미역 앞 475m 도로가 라면 식당으로

  • 4회째 맞은 '구미라면축제' 뜨거운 열기

7일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신라면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7일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신라면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475m 도로가 거대한 라면 식당으로 변했다. 구미역 앞 4차선 도로 위에 길게 이어진 테이블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그릇이 놓였고 시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축제의 분위기를 즐겼다.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이 실감나는 현장이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2025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시와 농심이 함께 기획한 지역 상생형 행사로, 매년 규모를 키우며 산업도시 구미에 'K-라면의 심장'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고 있다. 축제가 열린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구미역 앞 475m 구간은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거대한 라면 식당이 됐다. 라면문화로드, 후루룩라운지, 라면 레스토랑, 라면 스테이지 등 네 구역으로 나뉘어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이어졌다.

축제 첫날인 지난 7일 오전 11시, 개장과 동시에 시민들이 몰리며 행사장은 금세 활기를 띠었다. 올해는 라면 부스마다 QR코드와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긴 대기 줄이 사라졌다. 밀려든 인파에 비해 현장은 놀라울 만큼 정돈돼 있었다. 여러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반띵(½) 메뉴'를 도입한 점도 눈에 띄었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총괄 기획단장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목표로 했다"며 "가장 비싼 메뉴도 9000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7일 구미라면축제 부대행사인 글로벌 라면 요리왕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요리경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7일 구미라면축제 부대행사인 '글로벌 라면 요리왕'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요리경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라면 레스토랑 구역에는 지역 셰프 25명이 참여해 각자의 레시피로 라면을 재해석했다. 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홍게라면부터 지중해토마토라면, 통어징어해물라면, 금오산볶음라면빵, 치즈&주먹밥라볶이 등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가 줄지어 있었다. 그중 '프리미엄 스테이크볶음면'을 주문해봤다. 주문 후 10분이 채 되지 않아 받은 스테이크볶음면은 매콤한 야키소바를 연상시키는 면에 적당히 구운 스테이크와 파인애플을 올린 이색적인 메뉴였다.

스테이크볶음면을 판매 중인 식당 '김여사'의 김영숙·현충현 부부는 푸드트럭 창업가로, 올해로 2년째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숙 씨는 "평소 푸드트럭에서 스테이크를 판매하는데, 라면과 접목해 메뉴를 새로 개발했다"며 "작년에 2000만 원어치를 팔아 매출 2위를 했다. 올해는 1등이 목표"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구미라면축제에 참가한 지역 셰프 현충현씨가 프리미엄스테이크볶음면을 요리하고 있다
구미라면축제에 참가한 지역 셰프 현충현씨가 '프리미엄스테이크볶음면'을 요리하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구미 라면공작소'에서는 자신만의 라면을 직접 만드는 체험이 가능했다. 참가자들은 김치 후레이크·건고추·표고버섯·튀김감자 등 12가지 토핑 중 4가지를 골라 봉지 안에 담았다. 아이들은 직접 꾸민 라면 봉지를 들고 인증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천에서 온 한 관람객은 "라면 종류가 다양해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즐거웠다"며 "다음에도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 중심에는 '신라면 분식'을 콘셉트로 꾸며진 농심 부스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데몬헌터스'의 캐릭터 '헌트릭스', '사자보이즈'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현장에서는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직접 맛 본 김치볶음면은 김치말이국수를 볶음라면으로 재현한 듯 한 새콤달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의 매운맛에 볶음김치의 단맛을 더한 '스와이시(스위트+스파이시)' 콘셉트 제품으로, 직접 볶은 김치 페이스트를 사용해 깊은 풍미를 살렸다"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오는 24일부터 이마트에서 한정 판매된다.
 
7일 구미역 일대가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7일 구미역 일대가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구미라면축제는 농심과 구미시의 상생 협력으로 완성된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구미는 농심의 주요 생산기지인 구미공장이 자리한 지역이다. 구미시는 이 점에 착안해 '라면축제'를 기획하고 K-라면의 본고장'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키워왔다. 농심 또한 매년 축제 기간 구미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공수해 현장 운영을 지원하며 지역과의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축제는 단순한 미식 행사를 넘어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 17만 명, 소비 창출 규모 15억 원을 기록했던 구미라면축제는 올해 20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농심과의 협력으로 구미가 산업과 문화, 관광을 함께 성장시키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며 "K-라면의 본고장으로서 라면축제를 세계적인 면(麵)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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