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아직인데 따고 보는 산업은행 예산…"전액 삭감" 목소리도

  • 한·미 조선펀드 사업계획 미확정에도

  • 산업은행에 '통상 대응' 명목 6300억 배정 안 올라

  • 야당 "전액 삭감해야" 요구…예결위서 최종 결정될 듯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윤한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윤한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통상 대응'을 명분으로 불투명한 정책금융 예산을 KDB산업은행에 편성하려 해 국회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과 투자 협상과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부터 짰기 때문이다. 나랏돈이 쓰이는 것인데도 구체적인 자금 투자처를 밝히지 못하면서 국회 내부에서는 불분명한 예산 편성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1일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63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예산안 안건이 올랐다. 문제는 예산이 '통상 대응 프로그램 지원' 항목으로 뭉뚱그려 배정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사업계획은 미확정이라고 해 여야 의원들의 비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신설되는 조선협력펀드 등에 대한 산업은행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출자하는 신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미는 10월 말 조선협력펀드 1500억 달러를 금융보증 패키지 형식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자동차 등 추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출 조건, 한도 등 세부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전례 없는 막대한 규모의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여전히 '존스법'이라는 자국 조선 보호 규제를 유지하고 있어 '상선동맹국 파트너십법' 등 이들 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작업이 의회에서 이뤄지지 못하면 실제 선박이나 군함 수주로 이어지는 데에는 제약이 따른다. 

이처럼 협상 타결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정책자금 투입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국회와 금융권에서는 설명한다. 특히 정책자금은 직접 투자와 대출 우대조건, 금리, 보증비율 등 공급 방식에 따라 공급 한도가 달라져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 

뚜렷한 투자처를 내놓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혈세를 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12일 제1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산업은행 예산 6300억원 전액을 감액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상태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정확한 용처를 알 수 없고 본래 목적과 달리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서만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미확정으로 올라오는 안은 거의 없었다"며 "계획이 없는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산업은행 등 나랏돈으로 펀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해외에서 신디케이트론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외환시장에 불안을 끼친다"며 "펀드 조성을 위한 설립 자본금 등 예산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국내 조달 비용은 최대한 줄여야 외환시장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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