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서명 직전까지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가 이날 최종 확정됐다.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및 안보 관련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김 장관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마지막 화상회의가 급작스럽게 잡힌 과정을 설명하며 “12시20분쯤 갑자기 전화가 왔다. 러트닉 장관이 전화로 하지 말고 화상회의를 하자고 했다"며 “보낸 문서에 답이 없어 긴장되던 찰나 축하한다며 직접 서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온라인상에서 서로 악수도 하고 허그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트닉 장관에게 (스코틀랜드로) 가겠다고 연락했는데, (미국 측이) 어디로 오라는 연락을 끊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이 스코틀랜드에 두 곳(애버딘, 턴베리)이 있었는데, 산업부 실무진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애버딘으로 추측해 비행기표를 끊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비행기 출발 1시간 전인 5시에 러트닉에게 '자기는 글래스고 근처 턴베리로 간다'는 연락이 왔다"며 "애버딘과 턴베리는 차로 3시간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애버딘 공항에 내려 차를 대절해 4시간 이상을 달려 턴베리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청받은 것도 아닌데 4시간 넘게 달려온 걸 보고 러트닉도 미안함을 느낀 것 같았다"며 "그날 두 차례 협상이 진행됐고, 이때 전체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에 대해 "다혈질 같지만 철저한 미국 애국자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의 미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걸 던지는 모습에 감명받고 존경하게 됐다. 지금도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협상 타결 직전 러트닉 장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순간이 사람 피가 마르고 심장이 마르는 시간이었다"며 "내리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상한 트윗을 올려 협상이 깨질까 봐 가장 초조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팩트시트의 가장 큰 성과로 '연간 200억 달러 한도'를 꼽았다. 김 장관은 "처음엔 훨씬 높은 수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끝까지 버틴 결과 200억 달러를 지켜냈다"며 "외환시장 고려 요소를 문서에 명문화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서는 일본에 비해 유리한 지점도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으로 명시했다"며 "일본 문서에는 없는 상업적 합리성 문구, 에너지 범위 설정 등 작은 차이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Investments) 대신 약속(Commitments)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2029년 1월까지 실제 투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프로젝트 선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자고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 조정 조항'의 불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솔직히 말해 공정한 내용이 어디 있겠느냐"며 "우리가 납입을 못해 프로젝트 B가 중단되면 프로젝트 A의 현금 흐름에서 미국이 가져갈 수 있게 한 구조다. 일본이 이미 합의한 틀이라 바꾸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등 산업 구조조정 방향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올해 안에 석화 부문에서 대산 단지를 기준 모델로 만들겠다"며 "기업 간 자구노력과 감축안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이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 패키지도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안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감축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남은 임기 동안의 정책 우선순위로 M.AX(제조업 AX) 사업, 지역 RE100 산단·재생에너지 도시 조성, 석유화학·철강 구조개편을 꼽았다.
그는 "관세 리스크라는 큰 산을 넘었다"며 "앞으로의 산업 구조개편과 지역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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