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 美서 차량 가격 인상…현대차그룹 '반사이익' 기대

  •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잇따라 가격 조정

  • 현대차그룹 관세 완화·신차 효과로 수익 개선 기대

지난 4월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뉴욕 국제 오토쇼 프레스 프리뷰에서 현대자동차가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뉴욕 국제 오토쇼 프레스 프리뷰에서 현대자동차가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BMW그룹,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올 하반기 판매가를 일부 조정했고, 폭스바겐은 내년 가격 인상을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만 아직 본격적인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터라 신차 출시 계획과 함께 가격 정책을 한층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은 내년에 북미 시장 주요 모델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2026년형 골프와 제타 등 주력 모델의 시장 가격(MSRP)을 약 2.9~6.5%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생산비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겪으며 올해 3분기 10억7200만유로(약 1조78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2분기 이후 5년 만에 적자전환이다.

일본 업체인 닛산도 지난 3분기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 적자로 돌아서며 일부 모델의 판매 가격을 올렸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포드도 지난 5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머스탱 마하-E' 등 일부 모델의 차 값을 올렸다. BMW그룹,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지난 4월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 직후 특정 모델의 판매가를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선 관세 등의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의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수익성 둔화로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수요 둔화 상황에서 공격적 인상을 단행하긴 어려운 만큼 내년 신차와 연식 변경 모델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면서 북미에 진출한 현대차·기아 모델의 가격 변동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년 북미 시장에 팰리세이드 풀체인지와 전기 SUV 아이오닉9, 기아 텔루라이드 후속 모델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신차 출시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완성차의 가격 인상 흐름이 오히려 현대차그룹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 분석한다. 미국 자동차 평균판매가격(ASP)이 1% 상승할 경우 현대차는 연간 약 5500억원, 기아는 약 4800억원의 추가 매출 효과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미국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완화되고, 시장이 하이브리드(HEV)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까지 반영하면 2026년 실적 개선 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를 11월 1일부로 소급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흐름에 맞게 판매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타사보다 먼저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며 "다른 글로벌 업체들의 가격 인상 여부를 살피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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