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망사고 반복에도 규제 한계…'근로자성' 판단이 분수령

  • 쿠팡서 올해만 근로자 8명 사망…노동부 실태조사

  • '근로자성' 인정 없이 새벽배송 구조개선 한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사망사고가 계속되는 쿠팡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서는 가운데 배송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한 야간·새벽배송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오는 10일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선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광주 쿠팡물류센터에서는 50대 단기 계약 근로자가 숨졌고, 같은 달 21일 동탄 물류센터에서도 30대 근로자가 사망했다. 올해 쿠팡 업무와 관련된 사망자는 일용직·계약직 택배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이번 점검에서 △장시간 야간노동 △휴게시간 △건강진단 △휴게시설 등 건강권 보호조치 전반을 점검한다. 위험요인이나 개선 필요사항이 확인될 경우 즉각 조치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점검을 통해 위법사항이 대거 적발될 가능성은 낮는 것이 중론이다. 현행 법령상 야간노동 자체를 규제하는 조항이 미비해, 노동부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0~11월에도 쿠팡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획감독을 실시했지만 당시 배송기사에 대해서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배송 과정에서 쿠팡의 업무지시·근태관리·작업통제 등 전형적 사용종속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법적 의미의 지휘·감독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쿠팡의 구조적 문제가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야간노동 제한, 휴식시간 확보, 인력 충원 등 구조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 노동부가 쿠팡 물류센터 최고안전책임자와 현장 보건관리자들에게 개선을 재차 당부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달 28일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3차 회의에서도 논란이 된 새벽배송 금지 의제는 사실상 논의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0월 열린 첫 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심야근로를 줄이기 위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관련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노동부는 쿠팡 전반에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과로 유발 요인을 철저히 적발하라"며 "국회와 정부는 플랫폼·물류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점검을 통해 안전조치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야간노동자의 건강위험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신뢰에도 큰 위험이 된다"며 "야간노동자의 건강권은 기업 여건에 따라 조정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물류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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