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물 방류 안 하면 5%p 추가 관세"…현지 韓 기업에 불똥 우려도

  • 멕시코, FTA 미체결국에 최대 50% 관세 추진…韓도 영향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멕시코가 미국 농가에 필요한 물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협정 준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5% 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높아지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멕시코가 우리의 포괄적인 물 협정을 계속해서 위반하고 있으며 이 위반이 우리의 아름다운 텍사스 작물과 가축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가 지난 5년간 협정을 이행하지 않아 미국에 80만 에이커풋(acre-foot·농업용 관개량 단위, 1에이커풋은 약 1233㎥)이 넘는 물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멕시코가 오는 31일까지 20만 에이커풋을 우선 방류하고 나머지도 곧이어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멕시코는 응답하지 않고 있는데 이건 이 매우 필요한 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우리 미국 농민들에게 매우 불공정하다"면서 "그래서 난 이 물이 방류되지 않으면 멕시코에 5%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문건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협정은 미국이 1944년 멕시코와 체결한 물 공유 협정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양국은 이 협정에서 리오그란데강과 콜로라도강의 물을 공유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매년 150만 에이커풋을 멕시코에, 멕시코는 5년마다 175만 에이커풋을 미국에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5년 주기 종료일(10월 25일)을 몇 달 앞둔 지난 7월 기준 73만 에이커풋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멕시코가 약속한 물을 채우지 못한 배경으로는 가뭄 등 기후 변화, 인구 증가, 노후 시설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물 공급 차질로 미국 텍사스 농가가 피해를 보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측에 협정 준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편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 한국·중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연내 처리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9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17개 전략 분야에서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1463개 품목을 선정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 50%까지 관세를 차등 부과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 0~35%인 품목별 관세율이 최대 50%로 상향될 수 있다는 의미다.

멕시코 여당은 하원 500석 중 253석, 상원 128석 중 67석을 차지해 입법 주도권을 쥐고 있다. 셰인바움 정부 출범 후 주요 법안이 대부분 무난히 통과됐지만, 이번 관세 인상안은 경제계 우려와 여당 내부의 미온적 기류로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셰인바움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등 일부 품목의 인상 폭을 조정하거나 부과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절충안이 거론된다.

멕시코 정부의 관세 추진은 향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FTA 미체결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근거로 USMCA의 무관세 체제 유지를 주장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자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관련 통계가 공개된 1993년 이후 줄곧 멕시코와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에는 수출이 수입보다 168억3800만 달러(약 24조7000억원) 더 많았고, 올해도 3분기까지 120억98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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