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함영주 회장이 개척하는 AI금융

사진챗 GPT 생성
[사진=챗 GPT 생성]

하나금융이 2027년까지 데이터 전문인력 3,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목표를 조기 달성한 뒤 다시 규모를 키운 것이다. 금융의 중심축이 기술에서 데이터로, 데이터에서 다시 ‘해석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을 짚어낸 행보다. 미국 JP모건이 수천 명의 데이터 인재를 전면 배치해 리스크 체계를 재설계한 흐름과도 닿아 있다.

AI 금융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읽어낼 사람이다. 함영주 회장은 “AI와 디지털의 근본은 데이터이며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인재가 경쟁력을 만든다”고 강조해왔다. 시경(詩經)이 말한 “비가 오기 전에 지붕을 단단히 묶는다(未雨綢繆)”는 구절처럼, 변화가 닥친 뒤 사람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변화가 오기 전에 사람을 먼저 세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데이터센터 고도화와 AI 조직 재정비도 같은 철학의 연장이다. 조직의 언어를 바꾸고, 사고방식을 바꾸고, 금융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라는 확신이다. 기술을 먼저 들여오는 금융과 기술을 이해할 사람을 먼저 세우는 금융의 차이는 단순한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그리고 방향을 먼저 보는 리더가 시장을 바꾼다.

· 인재를 키우는 조직이 혁신을 지배한다

하나금융의 ‘3000 by 2027’ 전략은 교육 과정이 아니라 조직 재설계에 가깝다. 필자는 논문 〈기업가정신과 경제성장〉에서 “지속적 혁신은 인적 역량의 축적에서 시작된다”고 쓴 바 있다. 전략이 사람을 키우고, 강화된 사람이 전략을 다시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 지금 하나금융이 만들고 있는 틀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다. 데이터를 읽는 눈이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어떤 조직은 위험을, 어떤 조직은 기회를 본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 기업에서 스트리밍 공룡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데이터에서 ‘다른 미래’를 읽어낸 해석 능력 덕분이었다.

노자는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데이터 인재라는 작은 씨앗이 금융의 체질을 바꾸는 힘이 된다.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세우는 선택은 기업가정신의 실천이기도 하다. 필자가 논문에서 제시한 ‘구조적 기업가정신’—전략·인재·조직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구조—이 지금 하나금융에서 구현되고 있다. 변화는 제도로 오지만, 혁신은 사람을 통해 완성된다.

· AI 금융의 승부는 결국 사람에서 갈린다

AI는 금융 절차를 돕는 보조 기술이 아니다. 금융의 본질을 다시 쓰는 기술이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고, 깊이는 전례가 없다. 같은 파도를 맞아도 어떤 조직은 흔들리고, 어떤 조직은 성장한다. IBM이 구식 방식에 머물며 성장 동력을 잃은 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람 중심의 ‘클라우드 사고방식’으로 문화를 재정비해 도약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그리고 인재 전략이다. 경영학계가 “기술보다 사고방식의 혁신이 성과를 만든다”고 반복해 강조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네카의 말처럼 “풍랑이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배가 침몰한다.” 방향을 만드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함영주 회장은 이미 전환의 문을 열었다. 이제 과제는 그 문을 얼마나 깊고 단단하게 유지하느냐다. AI 금융의 경쟁은 기술 위에서 펼쳐지지만, 마지막 승부는 그 기술을 해석하고 조직을 움직일 사람의 힘에서 결정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리더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갈 사람을 먼저 세우는 리더. 바로 그 지점에서 함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AI 금융의 승부도 그 지점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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