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지주 회장 첫 대면…'경영 승계·이사회 독립성' 정조준

지배구조 개선 TF 이달 가동…"연임 욕구 과도" 발언에 연이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지배구조 개편은 개별여건 고려해야 실효성 있어"

왼쪽부터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 [사진=이서영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지주 회장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부터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첫 대면에서부터 경영승계·사외이사 등 민감한 사안을 직접 거론하자,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각 사의 개별 여건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금융지주 CEO 간담회에서 "지주회사는 투명한 승계 시스템과 독립적인 이사의 견제 기능을 갖춰야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며 "CEO 승계는 지주 산하 모든 자회사의 중장기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다. TF에서는 △CEO 자격 기준 △사외이사 추천 경로 다변화 △임기 차등화 △이사회 내 소비자·IT보안 전문가 최소 1명 포함 등 제도 개선 과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감독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과 승계 구조 전반을 제도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번 간담회는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단과 처음 직접 만나는 자리다. 취임 4개월 만의 업권 상견례 중 가장 늦었지만, 인사 시즌과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문제가 핵심 당부 사항으로 부각됐다.

이 원장의 문제의식은 일회성 발언이 아니다. 그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구성이 균형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지주 회장이 자기 사람으로 참호를 구축한다"고 비판한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지배구조 외에도 이 원장은 금융지주의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실효성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례를 언급하며 "자회사 단계 문제를 제때 감지·제어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 신뢰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생산적 금융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금융지주 회장단은 소비자보호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금감원 정책 방향에 협조 의사를 밝혔다. 조용병 회장은 "사전 예방적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은 8개 지주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지난 1년간 내부통제를 크게 강화한 만큼, 지주별 여건도 함께 고려해달라"며 지배구조 논의에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