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상장 지위를 정리하는 기업들이 올해도 잇따르고 있다. 상장 유지 부담이 늘면서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정리를 통해 상장 지위를 정리하는 선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개매수 이후 자진 상폐했거나 상폐 예정인 상장사는 한솔피엔에스, 텔코웨어, 신성통상, 비올, 코오롱모빌리티그룹, SK디앤디, 로스웰, 신세계푸드 등 8곳이다. 이들 기업은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 지위를 정리했다.
기업들이 자진 상폐를 결정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상당 수는 사모펀드(PEF)의 투자금 회수나 구조조정, 사업 재편을 전제로 한 경우가 많다. 또 일부 상장사들은 경영권 방어, 소송 리스크 회피, 상장유지 비용에 따라 상폐를 결정하기도 한다.
장기간 주가가 저평가돼 왔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실적이나 자산 규모에 비해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며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또 중복상장으로 인해 지주사나 지주사 격인 기업의 주가 역시 낮은 상태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상장을 유지하며 주주환원을 추진하거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장사로서의 의무가 한 단계 더 높아지는 데 따른 한계를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 유지에 따른 비용과 관리 부담도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공시와 감사, 투자자 대응 등 상장사로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관리 비용은 적지 않지만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금 조달이나 시장 평가 측면의 이점은 과거보다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많지 않은 기업일수록 상장 유지의 실익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구조를 단순화한 뒤 비상장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기 보유를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제대로 된 기업가치 반영 없이 공개매수 뒤 상폐하게 될 경우 투자자 피해도 불가피하다.
최근 이마트가 공개매수를 통한 상폐를 추진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주주들은 '헐값' 매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 가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자진 상폐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진 상폐는 상장 유지에 따른 부담과 시장 평가를 함께 고려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주가 저평가가 이어진 기업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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